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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연애학개론

[연애학개론] 바둑과 연애(2) - 파격과 아생살타, 그리고 접바둑

[연애학개론] 바둑과 연애(2) - 파격과 아생살타, 그리고 접바둑


지난 번 글 <바둑과 연애(1) - 응수타진과 봉위수기> 에 이어 오늘은 '바둑과 연애', 그 두번째 편입니다.





1. 선수(先手)의 중요성 - 게임을 주도하고 판을 이끄는 것


[허겁지겁 선수(先手)를 쫓다보면 곤마(困馬)를 면치 못한다.] ('미생' 9화 中)

지난 번 글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연애에서 판을 주도하고 이끌어나가는 선수(先手)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우리들이 연애에 실패하거나 위기에 허덕이는 대부분의 이유가 관계를 주도하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선수(先手)를 내주었기 때문이죠. 상대방이 의도하는 대로, 원하는 길로만 허겁지겁 좇다보면 위에 적은 대로 곤마(困馬)를 면치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예전 글 <데이트 성공을 위한 대화의 기법(2) - 데이트 도중> 에서 데이트 신청이나 데이트 도중, "어떻게 할까요?"가 아닌 "이렇게 하는 게 어때요?"라는 화법을 사용할 것을 강조한 것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관계가 깨지더라도 내가 주도하고 이끌던 판에서 깨지면 그나마 덜 억울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한채 상대방에게 질질 끌려다니다가 관계가 깨져버리면 그 내상은 생각보다 깊고 오래갑니다. 결국 지더라도 패기있게 져야하고, 거절당하더라도 매력적으로 거절당해야죠. 연애의 성공을 언급하기 전에, 패기있게 지는 법과 매력적으로 거절당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합니다. 더불어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선수(先手)이죠.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썸을 타고 있던 이성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별 시덥지 않은 이유로 거절을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영원 : "주말에 뭐해? 우리 영화보러 가자 크크 재밌는 거 많이 개봉했던데^^"
그녀 : "주말에요? 주말엔 집에서 쉬어야죠 흐흐"

-_-;; 아, 이건 뭔가요.

평소에는 친구들과의 약속이다, 이런 저런 모임이다 주말에 눈코뜰 새 없이 바쁘던 그녀가 이제 와서 한다는 말이 주말엔 좀 쉬겠답니다. 데이트 거절도 이런 식의 거절은 정말 성의없는 거죠. "주말에 너 만나느니 그냥 집에 틀어박혀 무한도전이나 보며 쉬는 게 낫다." 이 말 아닙니까. 주말이 하루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시덥잖은 핑계죠.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십니까?

영원 : "그래? 많이 피곤한가보네.. 그럼 뭐 할 수 없지.. 푹 쉬고 담에 보자~" 
(여자들이 가장 만만하게 보는 무한포용형인가요?)

아니면,

영원 : "혹시.. 나랑 만나기 싫은거야? 난 솔직히 너랑 계속 만나고 싶어서 지금 이러는 건데. 솔직한 니 마음을 얘기해봐." 
(여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발끈폭투형인가요?)

정답은 없겠지만, 저라면 이런 식으로 반응하겠습니다.

영원 : "주말에 뭐해? 우리 영화보러 가자 크크 재밌는 거 많이 개봉했던데^^"
그녀 : "주말에요? 주말엔 집에서 쉬어야죠 흐흐"
영원 : "헐.. 너 그러다 평생 쉬는 수가 있다? 크크"

거절 당하더라도 매력있게 거절당하고, 패기있게 져야합니다. 그래야 다음 번 만남이 가능하죠. 거절 한번에 움추러들거나, 오버하며 상대방을 궁지로 모는 건 연애학개론 수강생(?) 답지 않은 태도입니다. 분위기 좋을 때는 누구나 다 자신감 넘치고 자존감 풀업입니다. 연애가 잘 풀릴 때는 누구나 다 연애 고수라는 얘기죠. 뭘 해도 다 잘 될 것 같고 기분도 좋으니까요. 하지만 관계가 삐그덕 거리며 상대방의 반응이 시큰둥해질 때, 이런 상황, 이런 시기에 평정심을 유지하며 매력있게 대처하는 것이 어렵죠. 바로 이럴 때 연애 초보와 중수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거절의 상황 혹은 위기의 상황에서도 선수(先手)를 놓치지 않는 것, 결국 이것이 핵심입니다.






2. 연애에 접바둑이란 없다  


[기력차가 있는 바둑에서, 하수는 흑돌을 쥐고 선수(先手)를 두죠. 먼저 둡니다. 더 낮은 하수는 접바둑이라고 해서 8점, 4점을 먼저 두고 시작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바둑에선 하수가 고수와 마주할 때, 급을 맞춰 줍니다. 그런데... 사회에선, 고수를 상대로 신입사원이 접바둑을 둡니다. 고수가 이미 4점, 8점 아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백돌을 깐 곳에 들어가는 거죠.] ('미생' 47화 中)

아무리 연애 경험의 차이 혹은 매력차가 있어도 연애에서 접바둑이란 없습니다. 상대방이 몇수 접어주며 관계의 주도권을 내주기는 커녕 선수(先手) 조차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것이 연애입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연애 경험이 많고 외모가 출중할수록, 여유와 자신감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으며 주변의 인간관계는 풍성합니다. 상대적으로 초라한 나를 위한 접바둑은 커녕 내가 오히려 몇수 뒤진 상태에서 판에 임하는 경우가 더 많달까요. 그렇다면 이러한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우리들만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결국 이 상황에서 선수(先手)를 취하고 관계의 주도권을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은, 파격(破格)을 통한 매력 어필에 있습니다.






2-1. 파격(破格) - 격식을 깨지 않으면 고수가 될 수 없다


[네 바둑이 늘지 않은 이유를 말해줄까? 너무 규칙과 사례에 얽매여있어. 당연히 수는 연구해야 하고 제대로 학습해야 하지만, 불변의 진리로 여긴다면 바둑이 이 오랜 세월동안 살아남았겠니. 그렇다면 지배적인 형식을 넘어서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격식을 깨는 거야. 파격(破格)이지. 격식을 깨지 않으면 고수가 될 수 없어.]  ('미생' 73화 中)

사실 이 문단 안에, 핵심이 들어있습니다. 이 문단을 제 식대로 바꾸어보면 이렇습니다.

[네 연애가 늘지 않은 이유를 말해줄까? 너무 이론과 상대방에게만 얽매여있어. 당연히 상대방은 연구해야 하고 이론은 학습해야 하지만, 불변의 진리로 여긴다면 우리들의 매력을 향한 상대방의 기대감과 호감이 한결같이 유지되겠니. 그렇다면 지배적인 형식을 넘어서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격식, 그리고 예상을 깨는 거야. 파격(破格)이지. 상대방의 예상을 벗어나는 자유로움이 없으면 연애에 성공할 수 없어.]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잘 될 때는 누구나 잘 풀립니다. 파격이니 매력이니 이런 거 필요 없이 연애가 술술 풀리죠. 하지만 결국 문제는 분위기가 안 좋을 때, 어떻게 타개하고 수습할 것인가입니다. 이게 문제죠. 결국 파격의 관점에서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대 머리 위에서 놀 수 없다면 상대 머리 밖에서 놀아라.'

연애가 힘든 이유는, 우리가 자꾸 상대방의 주도로부터 벗어나서 상대방의 머리 위에서 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러한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는 어려운 일이 아니고 또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럴만한 능력이 없는 우리들이 자꾸만 상대방 머리 위에서 놀려고 하고 자꾸만 게임을 하려다보니 관계가 꼬이고 일이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자존감이란 상대방의 머리 꼭대기에서 상대방을 갖고 놀거나 상대방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개의치 않는 것'이 자존감이 핵심이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상대를 존중하되 개의치 않는 것' 이 자존감의 핵심입니다.

결국 쓸데없이 상대 머리 위에서 놀려고 하지 마시고 상대 머리 바깥에서 놀 생각을 하세요. 자존감을 바탕으로한 자유로움이야 말로 파격(破格)을 바탕으로 한 선수(先手)의 핵심입니다. 






2-2. 게임을 하지 말고 연애를 하라


[왜 사람들이 질퍽이는 게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줄 알아? 게임을 하니까 빠지는 거야. 일하러 와서 게임이나 하고 있다간, 자네부터 게임에 빠질 거야.]  ('미생' 72화 中) 

결국 제 연애학개론을 보며 하나 하나의 스킬이나 상황 대응력을 배우려하시는 분은, 실제 연애에서 물을 먹을 확률이 꽤나 높습니다. 센스나 순발력은 글로 익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더불어 이런 분들의 문제는 연애를 일종의 게임처럼 여긴다는데에 있습니다. 하나의 메뉴얼이 있고 그 메뉴얼을 완벽하게 숙지하면 얼마든지 클리어가 가능하다고 여기는 거죠. 하지만 스타로 비유해봅시다. 새로운 판에 임할 때마다 새로운 맵이 나타나고 듣도보도 못한 새로운 종족이 나타난다면? 그전까지 열심히 숙지했던 빌드나 최적화 전략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거죠. 사실 연애라는 게 딱 이 짝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메뉴얼 숙지가 아닌, 기본적인 스타 실력을 높이기 위해 경주했다면 어떤 맵, 어떤 종족을 상대하더라도 쉽게 지진 않겠죠. 바로 이 차이랄까요.

결국 연애학개론에서 여러분이 배워가셔야할 것은 스킬이 아닌 마음가짐과 자세, 이른바 '에티튜드'입니다. 연애를 게임으로 생각하고 연애 칼럼을 메뉴얼 숙지하듯 이론 공부로 접근하면 내가 생각지 못한 여러가지 변수에 의해 스스로 자멸할 확률이 높습니다. 말 그대로 자기 스스로가 게임이라는 판을 짜놨으니, 그 게임이라는 질퍽이는 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이죠. 이른바 자승자박의 상황이랄까요. 결국 어떠한 이론이나 법칙을 가운데 두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자신의 매력을을 가운데 두고 연애를 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매력.. 말이 쉽지 가장 핵심적이고도 어려운 문제죠. 이처럼 항상 연애 문제는 도돌이표처럼 자존감과 매력 문제로 되돌아오곤 합니다. 그리하여 웹툰 '미생'을 통해 이에 대한 (해답까진 아니더라도) 약간의 열쇠를 드린다면, 결국 매력과 자존감 향상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향한 설득'입니다.






3. 나는 내 자신의 매력에 얼마나 설득이 되어 있는가 


[이 수에 대해 날 설득해봐. 너조차 설득이 안 된 수에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하겠어? 네 수준에서겠지만, 그 수는 적어도 너만큼은 설득이 끝났어야 해! 상대를 네가 주도한 게임으로 이끌려면 의심을 보여선 안 된다고.]  ('미생' 39화 中) 

이글을 읽는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한번 자문해봅시다. 

'나는 내 자신의 매력에 얼마나 푹 빠져 있는가.'
'나는 내 자신에게 뻑이 가 있는가.'

언젠가도 말씀드렸지만, 내가 내 자신에게 뻑이 가야, 상대방도 나에게 뻑이 갑니다. 결국 우리들의 매력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이 되지 않고 제대로 어필이 되지 않는다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나 스스로가 설득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부터도 의심스럽고 확신이 없는, 나조차도 설득이 안 된 매력에 상대방이 어떻게 끌려오겠습니까. 사실 자존감에는 근거가 필요 없지만, 매력에는 근거가 필요합니다. 자존감이란 사실, 우리가 한 사람의 인간이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감정이고 또 당연히 가져야하는 감정이죠.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존중받을 만한 가치를 지닌 존재니까요. 자존감이 그런 차원의 기본적이고 당위적인 문제라면 매력은 좀 다릅니다. 매력에는 근거가 필요하죠.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데 나 혼자만 착각하는 근거 없는 매력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다양한 매력을 가지기 위해선 (자존감과 다르게) 스스로를 향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4. 아생살타(我生殺他) - 내 행복을 위해 연애하라


근데 결국 그 노력의 목적이라는 게 굳이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혹은 연애를 잘 하기 위해서일 필요는 없습니다. 연애나 남들의 시선은 옵션일 뿐이고, 결국 내 삶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죠. 결국 우리가 가장 잘보여야 하는 대상은 남들이 아닌 내 자신인 것이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노력한 사람의 매력이야말로 자연스럽게 빛나는 법이니까요. 사실 이렇게 연애학개론을 쓰는 저도, 스스로를 위한 노력은 나름 꾸준히 계속 하는 편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요즘 하는 노력을 꼽으라면, 우선은 나이가 들어가며 점점 살이 찌는 스스로가 싫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원래 75였다가 68까지 뺐는데 겨울이 되니 다시 71까지 올라왔네요-_-;) 그래서 내일부터는 헬스장을 끊어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악기 하나를 배우고 싶어서 통기타를 사서 실용음악학원을 다닌지 두달 정도 되었네요. (사실 기타를 배우게 된 건 누군가에게 잘보이고자 하는 욕구보다도 외로움을 달래고 가끔씩 찾아오는 약간의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습니다. 예전에 언젠가 개인 잡담글에도 썼지만 작년 초에 이별을 하고나서 1년 가까이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마지막 노력은, 피지알을 통해 쪽지로 알게 된 분께 패션 관련 조언을 받으며 이런 저런 겨울 옷도 사서 과감하게 패션을 바꿔보고자 하는 스타일의 개선입니다. 연애에 통달(?)한 척, 모든 연애심리를 다 꿰뚫는 척-_-하는 저도 실상은 알고보면 이렇게 혼자 꿈실꿈실 조용히 노력하고 또 혼자 애를 씁니다.   

써놓고보니 전부 다 돈이 드는 것들이긴 하지만-_-그래도 필요하다면야, 나 자신에게 과감하고 아낌없이 투자해야죠. 연애든, 자기 계발이든 결국엔 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국 연애 성공을 위해 우리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생살타(我生殺他)의 자세입니다.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며 사랑하고 연애하는 아가페적인 자세가 아닌, 내 자신과 내 행복을 위해 사랑하고 연애하는, 스스로를 챙기고 아낄 줄 아는 그런 솔직한 자세가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연애하시고,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다보면 멀게만 느껴지던 연애의 성공도 어느 순간 보너스처럼 주어질 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