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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연애학개론

[연애학개론] 나쁜 이별 (부제 : 당신, 어떻게 이별합니까?)

[연애학개론] 나쁜 이별 (부제 : 당신, 어떻게 이별합니까?)



오늘 [연애학개론]은 말 그대로 '나쁜 이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가 연애를 하며 '지양'했으면 하는 그런 안 좋은 이별의 다섯 가지 유형에 대해 풀어보는 시간입니다. 





당신, 어떻게 이별합니까?


우선 이 글을 계신 여러분은 어떤 이별을 겪어 왔고, 어떻게 이별을 통보해왔습니까? 혹은 지금껏 겪었던 이별 중에 가장 비참하고 힘들었던 이별은 무엇이고 또 반대로 가장 상처가 덜 됐던 이별은 무엇입니까. 사실 이별이란 상대적인 것이어서, 어제까지만 해도 비참한 이별의 피해자였던 우리들이 내일은 보다 더 냉정하고 잔인한 이별의 가해자가 될 지도 모르는 법이죠. 그래서 우리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혹은 가장 상처가 됐던 이별의 방식에 대해 나눠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나쁜 이별 (1) - 문자, 메신저 이별


제가 생각하는 나쁜 이별의 첫 번째 유형은 바로 카카오톡 등을 포함한 휴대폰 문자 메시지나 네이트온 등의 온라인 메신저로 대표되는 온라인-통신형 이별입니다. 사실 툭 까놓고 말해 이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꼭 ‘사랑’이라는 거창한 단어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때나마 서로 좋아하는 감정으로 만났던 사이라면, 이런 식으로 성의 없이 이별을 통보해선 안 됩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서로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한 채 대화를 통해 풀어내는 이별이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아 서로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면 최소한 전화 통화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전달해야죠. 이게 뭡니까, 이게. 연애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 말이죠. 더 길게 말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인간적으로, 이러진 맙니다. 이건 이별할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나쁜 이별 (2) - 말려 죽이기


그리고 제가 보는, 두 번째로 지양해야할 이별의 형태는 이른바 '말려 죽이기'입니다. 무슨 의미냐면, 내가 내 입으로 이별을 통보하기는 싫고, 또 그렇다고 계속 사귀긴 싫으니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어지자는 말이 먼저 나오도록 고문하며 말려 죽이는 거죠. 이러한 '말려 죽이기'류는 욱하는 성질에 이별을 통보하는 경우가 많은 남성들보다는, 미안한 마음에 불편한 말을 대놓고 못하는 여성분들에게서 대체로 더 많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미안한 마음은 핑계일 뿐 본인 스스로를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하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이별법인 거죠.

이 경우 만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확연하게 연락도 잘 안되고, 만나도 반응은 시큰둥하고, 별거 아닌 사소한 일로 짜증내고 화를 내며 상대방을 지치고 힘들게 만듭니다. 근데 막상 헤어지자는 말은 안 하죠.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따지고 들면, "나 원래 이런 사람인 거 몰랐어? 힘들면 관둬도 괜찮아." 라는 식으로 사람을 할 말 없게 만듭니다. 그러다가 결국 지치고 지친 마음에, 마음에도 없는 이별을 통보하면 그걸 뒤도 안 돌아보고 덥썩 물어버립니다. 결국 내가 먼저 이별을 통보하는 차갑고 나쁜 사람이 되기는 싫고 그렇다고 계속 사귀기는 또 싫고.. 라는 이기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쓰는 얄팍한 수법의 이별법이죠. 이것도, 1번 유형과 함께 이별의 자격 자체에서 박탈입니다.





나쁜 이별 (3) - 변명과 핑계


세 번째로 나쁜 이별은 변명과 핑계로 얼룩진 이별입니다. 보통 남녀가 이별할 때 흔히 사용하는 단골 멘트 가운데 하나가 "지금은 내가 누굴 만날 때가 아니야.",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류의 연애 불가 선언입니다. 물론 이 마음이 진심이라면 상관없지만 문제는 이렇게 얘기해놓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새로운 사람과 연애를 금방 시작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점이죠. 대체로 이 경우는 새로 연애할 상대를 물색해 놓고 그 사람과 사귀기 위해 헤어지는 이른바 ‘징검다리’류 연애 유형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이러한 변명과 핑계는 솔직하게 이유를 얘기할 수는 없고, 상대방에게 상처주면서까지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는 이기심의 발로에 불과합니다. 그냥 이기적인 핑계에 불과한 거죠. 

헤어지는 마당에 지금, 누가 누굴 위합니까. 고양이 쥐 생각하나요? 오히려 그런 이기적인 배려는 상대방을 결국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정말로 상대방을 생각하고 한때나마 진심으로 좋아했다면, 설령 서로 상처가 되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솔직하게 대해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마음이 식었다면, 마음이 식었다고 솔직히 털어 놓고.. 지금 연애에 질렸다면, 이제는 좀 다른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고 솔직히 털어 놓으세요. 상대방의 상처는 더할지 몰라도, 그만큼 미련과 답답함은 덜합니다. 오히려 변명과 핑계로 얼룩진 이별의 통보를 순진하게 그대로 믿고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다가, 그 사람의 새 애인을 발견했을 때 무너질 그의 멘탈과 자존감은 누가 책임지나요. 
결국 서로에게 솔직한 이별이 당장은 '더 아픈' 이별일지는 몰라도, 결국엔 '덜 비참한' 이별입니다. 





나쁜 이별 (4) - 버로우(묻지마 이별)


또 하나 언급해야 할 나쁜 이별의 유형은 갑작스런 연락두절을 통한 묻지마 이별, 이른바 버로우(잠수)입니다. 이건 사실 저는 말만 들었지-_-저나 제 주변에서 실제로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정도로 (아무나 시전하지 않는) 비매너와 무개념으로 대표되는 이별법이라는 거죠. 아니 세상에, 상대방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벌레보다 우습게 여겼으면 갑작스런 연락두절과 잠수로 이별을 통보합니까. 물론 그러한 버로우의 목적이 자신의 평소 불만을 표출하는 앙탈(?) 수준이라면 이해할만 하지만, 헤어짐을 목적으로 한 연락두절과 잠수라면 이것은 상황이 심각한 거죠. 만약 제가 이런 이별을 직접 당했다면, '내가 지금껏 고작 이정도 수준의 사람과 연애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해왔나..' 라는 멘탈 붕괴와 심한 자괴감에 빠져들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버로우는 스타할 때만, 잠수는 헤엄칠 때만 쓰도록 합니다. 사람 마음 갖고 장난치면 안되잖아요. 지난 연애의 시간의 억울해지지 않도록 서로가 지켜줘야죠.





나쁜 이별 (5) - 청천벽력


마지막으로 얘기할 나쁜 이별의 유형 다섯 번째는 갑작스런 이별 통보, 이른바 청천벽력형입니다. 모든 이별에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죠. 하다못해 우리가 누군가를 사귈 때에도 미리 호감을 표시하고 이런저런 물밑 작업을 한 후에 최종적인 순간에 고백을 하는데, 왜 이별은 그렇게도 갑작스럽게, 무성의하게 던져 놓습니까. 무슨 타이밍 러시하나요. 나만 마음의 준비가 완벽히 끝나면 다입니까? 나 혼자 6개월, 1년동안 헤어질까말까 속으로 고민한 후에 마음 정리 다하고 혼자 결정해서 이별 통보하면 뭐합니까, 당신이 이별을 고민하던 그 지난 6개월, 1년 동안 그 상대방은 당신이 뭘 먹고 싶어할지, 어디를 데려가야 좋아할지, 무슨 선물을 기뻐할지만 고민하며 살아온 시간인데요. 

고백을 할 때도 서로간의 교감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듯, 이별의 순간에도 최소한의 교감과 마음의 준비는 필요합니다. 최소한 상대방이 미리 이별의 징조를 느끼고 스스로를 무너지지 않도록 다독이며 준비할 시간은 주셔야지요. 나는 준비됐으니, 후폭풍은 헤어지고 나서 알아서 감당하고 극복해라? 그게 한때나마 울고 웃으며 그렇게 연애했던 연인의 한 사람으로서 할 생각인가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죠.. 고백할 때는 평생 사랑해주고 책임지겠노라고 큰소리 뻥뻥 쳐놓고, 헤어질 때는 왜 이렇게 무책임합니까. 그러지 마세요. 
고백이 사랑이라면, 이별도 사랑입니다.      






고백이 사랑이듯, 이별도 사랑이다


결국 오늘 글을 통해 제가 나쁜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까닭은 이렇습니다. 적어도 과거의 우리는 비록 이런 식의 잔인하고 나쁜 형태의 이별로 상처를 받고 비참한 경험을 했지만, 그래서 더욱 다음 사람에게는 그런 상처와 비참함을 되돌려주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그 잔인함과 절망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가, 또 다른 사람에게 그 비참한 감정을 그대로 전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저 또한 지금껏 적지 않은 연애를 경험하며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의 나쁜 이별 가운데 적어도 절반 정도는 제가 통보자의 입장에서 이별 선고를 해본 경험이 있고 또 반대로 통보를 받아 본 경험도 있습니다. 근데, 뭐랄까요,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참..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때 그렇게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인데, 이제 마음이 식었다고 해서 헌신짝 버리듯.. 무슨 다 쓴 휴대폰 폐기하듯 그렇게 헤어지는 건 좀 아니잖아요.  





더 아픈 이별이더라도 괜찮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지금 현재는 아니라도, 그래도 한때나마 뜨겁게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이라면 마지막까지 솔직담백한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게 서로에 대한 도리이자 적어도 '지난 내 연애에 대한 예의'라고 말이죠. 단지 이것은 상대방을 위한 단순한 매너 차원이 아닌, 서로 간의 자존감을 지켜주고 결국 각자 더 나은 미래의 연애를 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보거든요.

언젠가도 말씀드렸지만,
사랑이 뜨거웠다면 이별도 뜨거워야 맞는 것이겠죠. 그리하여 우리의 헤어짐이 '아픈 이별'인 건 얼마든지 괜찮지만 '비참한 이별'이어선 곤란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 제가 앞으로 겪게 될 이별의 순간이 조금 '더 아픈 이별'일지라도, 지난 연애의 시간을 아까워하고 억울해하지 않게 만들어 줄, '추억할 수 있는 이별'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