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도 있다지만, 한번 찍어보고 넘어오면 우리가 무슨 왕자님표 티타늄합금강도끼냐?
전편에서 말한 '셋째. 내가 뭔가 문제가 있나?' 에서 우리가 그래도 그녀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때, 그때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그냥 포기하는 것? 아니면 자학하는 것? 나는 사실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이성적인 논리로 입증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닌데 왜 '설득' 이 끼어드느냐, 고 하신다면 모르는 소리. 사람은 논리로만 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설득의 논리에 감복하는 경우가 생긴다. 여기에는 설득하는 '태도', 설득의 '언변' 들도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연애는 반드시 두 사람이 동시에 사랑에 빠질 때만 이루어지는 관계는 아니다. 우리의 감정이 그녀를 납득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연애는 종종 이루어진다. (비록 그 둘이 같이 진행되다 동시에 종료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나) 연애는 감정이 아닌, 관계를 이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가지만 덧붙인다면 혈액형점이 그저 우스갯소리에 가까운 것에 불과하지만, 재미는 있는 것처럼 별로 의미는 없을 수는 있어도 재미는 없지 않은 나만의 남녀론을 펼쳐보자면, 남자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감정에는 성욕이 절대적으로 개입되며, 남자의 섹스가 찰나에 타올랐다가 불현듯 사라지는 찰나의 욕망인 것처럼 남자가 여자에게 반하는 타이밍은 언제나 여자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한발 앞서 이루어진다. 그건 여자가 사랑에 빠질 때에는 성욕 외에도 존중감(이를 자존감, 자존심 그 비슷한 어떠한 다른 단어로 바꿔도 유효하다)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성욕에 비해 그러한 감정들의 속도는 꽤 느리고, 남녀의 사랑이 가속되는 순간이 서로 다른 것은 그 때문이다. 때로는 여자에게 있어서 성욕과 그러한 감정들은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여서, 그러한 감정들로 성욕이 발현되거나 혹은 그 감정들이 곧 성욕이기도 하다. 때문에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남자, 자신을 위해(혹은 자신으로 인해) 변화하려는 남자와 (반대 경우와는 크게 높은 퍼센테이지로) 사랑에 빠지거나, 혹은 사랑에 빠지지 않았는데도 연애에 돌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설득의 유효한 무기는 이미 밝혀진 셈이다.
여기에서 그녀들이 잘 쓰는 말 또 하나를 떠올리자면, 그것은 '잘 모르겠어'
그게 얼마나 사람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인지, 그녀들은 정말 '잘 모르는' 것 같다. 대체 그녀들은 왜 그런 말을 할까. 물론 이런 표현은 대부분 거절을 완곡하게 하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미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로 했으니, 그녀가 지금 이순간 100% 확신을 가지고 날 거절하지만 그러기엔 미안해서 돌려 말하기는 것, 이라고 보지 않고 정말 결정을 못 내리는 거라고 해두자. 그녀들의 '잘 모르겠어' 를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 때문이 아니라 정말 '곤란함' 이나 '머뭇거림'이라고 가정해보자는 것이다.
그럴 경우 그녀들의 '잘 모르겠어' 는 사람에 따라서 너무 다르지만, 보통 이런 경우가 많다. 사실 지난번에도 이야기를 잠깐 했던 것과 연관이 있는데,
연애하고 싶어 소개팅을 했고, 또 항상 남자친구~ 남자친구~ 노래를 불렀어도, 막상 연애한다고 생각하면
겁이 나는 것이다.
그 겁을 왠지 모를 경계심? 불안감? 두려움? 뭐라고 표현해도 좋지만 유시진의 <베이지톤삼색체크>라는 만화에서,
'사랑은 자아의 치명적인 위기다'
라는 말을 빌려와서 설명해도 좋을 듯 하다. 멋있게 말하면 자아의 자동방어기제의 일종인지도 모르겠다. 뭐, 좀 멋없게, 거칠게 말한다면 '변화'가 무서운 것일 수도 있다. 지금 싱글인 자신의 현 상황이 지루하고, 만족스럽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익숙하다. 현 상황이 변화한 후에 다시 커플로서 안정될 수 있고, 더 나은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하지만 '변화' 는 그 자체로 두려운 것이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늘상 입고 다니던 스타일의 셔츠가 아닌, 조금 화려한 셔츠를 산다고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언뜻 손이 가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머뭇거림과 불안감, '변화'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그녀들 중 많은 수는 연애에 대한 많은 판타지를 가지고 있고, 그 판타지는 곧 연애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말한다. 연애 소설, 드라마, 소녀 만화들이 그 주범일지, 아닐지는 여기서는 논하지 말도록 하자. 어쨌든 그 높은 기대감은 오히려 연애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을 높히기도 한다. 흔히 '눈이 높다'고 하는 말. 그건 남자 키나 재정적인 조건들을 말하기보다는, 연애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얼마 전에 영화로도 개봉했지만,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서 캐리를 항상 괴롭히는, 그리고 그녀의 결정을 항상 방해하는 그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과연 이 사람이 Mr. Right 일까?' 하는 의문. 그것 또한 우리의 고백에 그녀들이 머뭇거리는 이유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럴 때는 설득하는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그녀들은 자신의 용기없음이나, 경계심을 합리화하기 위해 우리에게서 뭔가 미진한 구석을 찾으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키가 작아서, 난 차없음 안돼, 흥, 나보고 걸으라고? 하는 속물적 핑계에서부터 시작해서 남자가 줏대가 없어, 혹은 너무 말이 많아, 아니면 말이 너무 없어, 하는 트집잡기를 거쳐서 뭔가 휠링이 없어, 귓가에서 종소리가 안 나, 하는 형이상학적인 변명까지, 그것은 다양하다.
그러니 그런 경우에는 설득하는 수 밖에 없다. 나는 이미 설득을 어떻게 하는거라는 이야기를 이미 다 끝냈다. 누가 말했더라. 사랑은 그래서 하는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거라고. 그 말을 내 멋대로 조금 바꿔서 엉뚱한데 갖다붙여보면, 나에게는 이런 미진한 구석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겠다. 노력하겠다. 나에게도 한번만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후회하지 않게 해주겠다. 행복하게 해주겠다. 클리쉐적인 멘트일지도 모르고, 마음을 증명하기 위해 가장 많이 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또 그만큼 효과적인 말은 '노력하겠다'와 '한번만 기회를 달라' 의 두가지 말이며, 이것이 연애에 있어서 곧잘 통하는 매직 워드다.
노파심에서 이야기하지만, 이러할 때도 이벤트나 선물은 경계하는게 좋다. 가뜩이나 부담스러워서 망설이는데, 부담을 더해줄 필요는 없다. 혼란스러울 때 선물을 받고 감동하거나, 이벤트를 보면서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조트리오의 노래 중 '몰랐어'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 가사 중 '밤새 꽃을 보며 날 사랑함을 깨달았단 너의 얘기' 이라는 가사가 있다. 현실에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이건 <미스터 초밥왕> 이 아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초밥; 뭐, 이런걸 전력으로 연구해서 영혼을 고향으로 날려보며 여태까지의 부정적인 감정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일은 정말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일인 것이다. 고백은 담백하게 하는게 가장 좋다. 거절당했을 때의 피해도 가장 적고.
다시 한번 노파심에서 이야기하는데, 설득이라는건 좀 지난하고 짜증나는 일이다. 자존심도 상하고, 안하고 말지, 하는 생각도 들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보통 우리들은 '야, 너는 얼마나 잘나서 그러냐?' 하는 생각이 들기 쉽다. 속이 꼬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걸 티를 내서는 안된다.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순간, 게임 오버다. 심지어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결승점은 멀어져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든 말든, 우리 엄마가 '으휴. 내새끼 고생해쪄' 하고 우리 엉덩이를 쳐주는 것처럼 그녀가 우리의 노력을 지금 이 시점에서 인정해줄 이유는, 냉정하게 말하면 없다. 그녀도 을녀의 일부겠지만, 우리도 갑남에 불과하지 않은가. 정히 자존심이 상하면, 아예 자존심을 버리고 매달려라. 징징대는 남자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자존심을 버릴만큼 절실한 감정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면, 그건 유효하다. 그렇게라도 그녀의 마음을 돌리는게 낫다. 그리고 나중에 징징대면 된다. '이짜나. 나 그때 쫌 서러워쪄. 잉'
우리는 종종 연애를 너무 쉽게 포기한다. 왜 이렇게 쉽게 포기하나? '잘 모르겠어' 한마디에 '얜 아닌개벼' 하고 돌아서는 우리의 엉덩이는 종종 너무 가볍다. 우리의 도끼날은 티타늄합금강이 아니다. 몇번을 찍어도 안 넘어오는 나무라는게 있다. 포기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도끼날이 티타늄합금강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은 더 찍어볼 필요도 있다. 내가 지현우도, 김동률도, 알렉스도 아닌데 대략 찍어보니 와락 안겨오는 연애를 꿈꾼다면, 그게 판타지다. 그건 결전을 벌여 패배한 것이 아니라, 보무도 당당하게 쳐들어왔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전군을 휘몰아쳐… 냉큼 도망가는 행위다.
23. 거절은 거절이고, 승락은 승락이다
우리 주변에는 관심법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상대가 한사코 아니라고 하는데 우린 맞다고 하고, 우리는 맞다고 하는데 상대는 아니라고 한다. 무엇이 맞는걸까? 물론 상대의 속내를 짐작해보는 것은 필요하다. 눈치와 센스의 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 둔한 남자는 참으로 답답한 것도 사실이고, 알아서 해주었으면… 하는 여자의 마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상대의 부정을 긍정으로 만들만큼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츤데레란 것도 있지 않냐고? 글쎄. 자신의 감정을 올곧게 표현하지 못하는건 사실은 조금 유아적인 것에 가깝다고 말한다면 너무 지나친걸까? 오히려 그건 그것대로 비난의 대상이 아닐까? 말이 좋아 츤데레지, 내가 쿈이었어봐라. 하루히 같은 애 곁에서 한시간을 견디겠냐고. 그래도 내가 좋아하게 된 애가 츤데레인데 어쩔거냐고? 하루히가 쿈을 왜 좋아하나? 쿈이 관심법을 써서 좋아하나? 쿈이 하루히를 넘겨짚은 적이 있던가? 내가 하는 이야기는 자신에게 초능력이 있다고 믿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니 예스는 예스, 노는 노. 아주 명쾌한 것이다. 그게 위험부담도 적고, 책임 소재도 분명하다.
우리는 관심법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부르던가?
그렇다. 우리는 그들을 스토커라고 부른다.
스토커와 열정적인 남자의 경계는 애매한 것 같아도, 분명하다. 진상과 날 많이 좋아했었던 남자의 경계는 저지르는 사람만 구별하지 못하지, 보통 상식적인 사람들은 칼같이 구별한다. 나는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했을 뿐이다. '여자의 노는 예스라능~' 이라고 말하고 있는게 아닌 것이다. 거절과 승낙의 경계를 모호하게 가지라는 것이 아니다. 스토커와 열정적인 남자, 진상과 날 많이 좋아했던 남자의 경계는 보통 상식적인데, 뭔지 모를 가슴 벅참에 가득한 우리는 그 상식을 종종 잊어버린다. 그 경계를 상식이지만, 대략이나마 다시 한번 입 아프게 말씀드릴텐데 물론 이건 수학 공식이 아니므로 모든 경우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순 없지만, 자신만은 예외의 경우라고 착각하시지 말길 당부드린다.
새벽에 전화하지 말자. <-- 너는 잠 못 자도, 그녀는 잠 자야 한다.
집앞에 찾아가지 말자. <-- 집앞에 찾아가서 기다리면 … 무섭다.
그런 우스개가 있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얘기 3 위 축구 얘기, 2위 군대 얘기, 1위는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마찬가지다.
새벽에 집앞에 찾아가지 말자. -_-; <-- 잠 자야 하는데, 무섭다.
그밖에도 여러가지 있지만,
주변 사람들 동원하지 말고, 함부로 소문내지 말자. <-- 좋아하는 여자를 구설수에 오르게 하지 않는게 최후의 예의다.
이런 사람 의외로 많은데, 수많은 연애 서적에서 아주 쉽게 해버리고 마는 충고가 주변의 친구들을 공략하라는 말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종의 연애의 금언화된 듯. 그러나 이건 그 자체로 예의가 아닌 경우가 많다. 연애는 기본적으로 1:1 의 관계다. 여기에 다른 사람들이 말을 늘어놓는 순간 통제할 수 있었던 관계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바깥으로 확장된다. 친구들이 도와주면,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왜 더 힘드냐고 할지 모르겠는데, 통제할 수 있는 범위 하에서 도전하고, 도전해도 잘 안 되는게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버린 상황에서 뭐가 제대로 되겠는지를 생각해보자. 될 리가 없다. 또한 보통 소개팅에서는 주선자에게 다시 한번 개입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개팅에 임하는 남녀는 서로를 인사시켜준 시점에서 주선자를 관계에서 배제하는게 좋다. 납득하기 편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주선자를 포함한 제삼자에게는 그 관계는 기본적으로 남일이고, 그건 흥미거리라는 뜻이다. 남 연애질 하는 것만큼 입에서 입으로 빠르게 도는 일 많지 않고, 그만큼 왜곡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녀들이 상처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예의가 아니며, 내 친구든, 그녀의 친구든 개입시키지도 말고, 공략하지도 말고 그냥 오롯히 혼자의 힘으로 맞서는게 가장 깔끔하고, 신사적이며, 심지어는 가능성도 제일 높다.
뭐, 이 정도면 무난하게 진상이 아니 될 듯 싶은데.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다음을 보세요)
① 2번이나 찍었는데도, 안 넘어오면 내 도끼자루는 썩은 나무인가효
유감이지만, 그렇다.
전편과 위에서 나는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그녀의 마음을 지레짐작하고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우리의 엉덩이가 너무 가볍지 않나 하는 반성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한다. 한번 거절에 금세 포기할 정도면, 그만큼 그 마음도 가벼웠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설득을 하라고도 이야기 했고, 포기하지 말라고도 이야기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가 '생각할 시간을 달라' 고 하거나 '잘 모르겠어' 등의 반응을 보였을 때의 이야기다. 그럴 때도 관심법을 사용하여 '거절이 아니겠냐능!' 하고 그녀의 마음을 지레짐작하지 말고, 한번 더 달려들어 보라는 것이었다.
물론 거절당했고, 그게 거절인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도저히 포기가 안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어떡하겠나.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부딪쳐봐야지. 하지만 그 한계도 대략 두 번 정도다. 두 번 넘게 찍어대다간 진상이 된다. 설명하자면,
만약 두번이나 도전했는데 거절당한다면, 확인사살입죠.
혹시 이런 경우도 있을지 모른다. 생각할 시간도 주었고, 나름대로 설득을 한다고도 했는데 여전히 그녀가 잘 모르겠어,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라고 한다면 진심으로 충고드린다. 미련없이 포기하시라. 그건 정말 그녀가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는 뜻이다. 아니면 우리한테 정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거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이런 분과는 커플이 되어도 긴 시간 함께하진 못한다. 그건 뭐, 개인적인 견해고. 아까 했던 말과 모순되는 말인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하긴 한데(나는 모순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정도면 할만큼 한거다. 더 해봤자 우리 꼴만 우스워지고 얻을 수 있는게 없다. 연애는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그녀만큼 나도 행복해야 하고, 존중해주고 싶은 그녀만큼 나도 인정받고 싶고, 공주처럼 대해주고 싶은 그녀만큼 나도 왕자처럼 대접받고 싶고, 또 그래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자존심이 있고, 지켜야할 체면이라던가, 뭐…유사한 기타 등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해서 줬는데, 또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거나, 여전히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건 그 여자가 나쁜 거라고 생각한다. 나쁜건 아닐지라도, 더이상 애가 타고, 가슴이 쓰라린걸 참아가며 도전을 해야 할 이유를 그녀 스스로 망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너무나도 원하는 그 마음에 다시 한번 도끼질을 하고 싶겠지만… 생각해보라. 이번주에 당첨 안된 로또 복권, 한주 더 사면 왠지 될 것 같지만 결국 안 되지 않던가.
② 단번에 거절당해따;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아, 그러십니까. 아쉽군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할 수 밖에. 민망한 마음에 진상 부리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③ 그밖의 거절
소개팅을 무사히 잘 마치고 나서 이틀 쯤 후에 전화를 했다. '혹시 다음주 주말에 시간 나세요?'
이래서 바쁘고, 저래서 힘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그러시구나. 그럼 혹시 그 다음주말에는요?
어떡하죠? 제가 요새 회사가 결산이라서 계속 바쁜데. 주말에도 출근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뭐, 이런 식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아참, 바쁘신 분이로구나' 하고 생각해야 할까?
대개는 '연락 하지 말아주세요' 란 뜻이다. 사실 이런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지만, 역시 연애라는게 자기 일이 되면 눈 앞에 황사가 끼는 법이라, 남 일 같았으면 이러쿵저러쿵 훈수도 잘 둘 것을 '그래도 설마' 하는 생각으로 계속 붙들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 이거 무슨 뜻일까?' 하면서 굳이 주위에 물을 것 없다. 누군가 당신에게 '형, 이거 무슨 뜻일까?' 하면 당신이 대답해줄 바로 그 말이 정답이다.
아예 전화를 받지 않거나, 연락한다고 해놓고 하지 않거나 하는 방법으로 거절의 뜻을 표시하곤 하는데 나는 이건 아주 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조금 나은 방식은 주선자를 통해 거절하는 방식이다.
'있잖아. 걔가 너 참 착한 것 같고, 괜찮대. 그런데 남자로는 안 보인대'
남자가 왜 남자로 안 보이나? 나는 남자란 말이다. 우리의 성정체성까지 흔드는 저런 거절 멘트. 여성 분들 자제해주시기 바란다. 정말 마음도 아프고, 또 남자로서의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 이상으로 자존심이 상하는 거절 멘트다. 괜히 주변의 여자친구들 붙들고 '야. 내가 진짜 그렇게 남자로 안 보이냐? 어쩌냐' 그런 얘기 주절대다가 친절한 그 여자친구, '아냐. 너 남자로서 매력 있어. 그냥 걔랑 잘 안 맞았을 뿐이야' 이런 위로해주는 상황 연출. '그럼 너 나는 어때?' 이렇게 진상짓으로 흘러가는 스토리 완성.당신의 어떤 거절. 세상에 진상을 한명 탄생시킬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저런 멘트가 좀 흔하게 사용되어 주선자를 통해 들어오게 되는데, 똑같다. 무슨 뜻인지 고민할 것 없다. 그냥 말그대로 마음에 안 든다는 뜻이다.
④ 거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거절 당하는건 가슴 아픈 일이다. 자신감도 잃는다. 진상이 왜 진상이 되는가. 겁이 나거나,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다. 거절당했다는걸 인정하기에는 무서운 것이다. 거절 당함으로써 얻는 상처를 직면할 용기가 없기 때문에 패악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거절을 당했다는 것을 인정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에 그 거절이 진짜가 아니라고 믿기도 한다.
거절 당하는 두려움에 대해서는 거절을 당해본 사람은 아주 잘 알고 있다. 거절당한 후의 가슴 속에 남은 폐허를 복구하는데 만만치 않은 니코틴이나 알콜이 들어간다는 것도 종종 경험해본 사실이다. 그렇게 거절당한 사람의 심정은 아마 누구도 눈물 이모티콘 그려가며 이해할 수 있는 일일 듯 하다.
하지만 자존심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국어사전만 찾아봐도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 이라는 정의가 나온다. 처음 이 '거절' 챕터를 시작할 때 나는 네가지를 이야기 했다.(1) 쉽게 포기 하지 말 것, (2) 언제나 당당할 것, (3) 진상이 되지 말 것, (4) 후퇴할 수 있을 때 명예롭게 후퇴할 것. 첫번째와 두번째, 세번째는 구구절절히 이야기한 것 같다. 그렇다면 네번째를 이야기할 때다.
명예롭게 후퇴할 수 있을 때 GG 치자. GG 가 뭔가. good game 했다는거 아닌가. 졌다고 씨발, 좆같자나! 치터새끼! 비겁자!하고 욕하거나 게임을 드랍시켜버리면 당장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그 본질은 '협상잘못한주제에도리어우리보고폭도라네?' 에 불과하다. 자신 스스로 자신을 욕보이는 것이다. 자존심은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랬다. 비록 게임엔 패했지만, 좋은 게임이었다고, 즐거웠다고 말하면서 깨끗히 손을 털고 악수하며 뒤돌아서자. 그게 스스로가 스스로를 대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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