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그녀와 대화하는 법
전편에서 그런 노하우는 가르쳐줄 수 있는게 아니라고 헛소리 찍찍 해놓고 이제와서 무슨 그녀와 대화하는 법이냐고 하실진 모르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앞에만 서면 왜 나는 작아지는가, 하는 노래를 부르시는 분이 계시다면 아주 아주 간단한 몇가지 팁 정도는 가르쳐 드릴 수 있다. 다만 나도 밑천 다 까면 뭘로 장사하겠는가.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고, 듣고 보니 '이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하며 내 멱살을 잡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요즘 출판계에서 유일하게 장사 된다는 자기 계발서를 보라. 읽고 보면 그걸 몰라서 안 하는 사람이 어딨겠느냐는 말들만 쓰여 있지 않나. 원래 노하우란 그런거지, 뭐. --;;
원래 기본공이라는건 별게 아니다. 무협 소설에서 날라다니는 애들도 맨 처음에는 마보세로 시작했다. --;;; 기본공을 터득하신 후에 나머지는 알아서 개척하시라. 그리고 스킬이라는건 스스로 갈고 닦아 몸에 익히는거지, 남이 힘들게 터득한걸 날로 먹어봤자 별로 소용도 없고, 효과도 없다.
① 물어라, 그리고 맞장구 치고, 반문하라.
남자는 자기가 여자 앞에서 무엇을 모른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굉장히 재미있는 속성 중 하나인데, 왜 남자는 데이트할 때 길을 묻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 마주 앉은 여자가 조금만 지루해 하는 것 같아도 그게 모두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겁에 질린 나머지 자폭을 하는게 흔히 볼 수 있는 남자의 유형인데, 마찬가지로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아는 척을 하다가 망가지는게 많이 볼 수 있는 남자의 실수 중 하나다.
타인 앞에서 자신이 잘 아는 지식을 뽐낼 수 있다는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역으로 바꿔서 말하면 남자든, 여자든 그건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여자는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자신의 전문 지식을 풀어 헤치지 않는다. 남자가 오타쿠라면 그건 어떻게든 티가 난다. 하지만 여자는 골수 동인녀라고 한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걸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물론 그건 사회적으로 강제되는 남녀 성역할 탓일 가능성도 크지만, 어쨌든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자기가 잘 알고 있을, 그러나 남들은 모를 것 같은 방면에 대해서 강의하지 말라고 위에서 분명히 말했다. 하지만 강의를 하지 말라고 했지, 듣지 말라는건 아니다. 나는 잘 모르는데, 상대방이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분야는 물어라. 이를테면 대학생이라면 상대의 전공에 대해서 묻거나, 회사 업무에 대해서 묻는 것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좋은 실마리가 될 것이다. 상대방이 잘난 척 할 수 있는 기회를 줘라. 많은 연애학 서적에서 첫 만남에서 단답형 대답으로 끝나지 않을 질문을 하라 한다. 그러려면 상대가 잘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 질문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처음 만나는데 대체 상대가 뭘 잘 알고 있는지 알게 뭔가. 만만한건 전공이고, 회사 업무인 것이다.
다만 당신이 아예 관심도 없거나, 전혀 모르는 분야라면 적당히 맞장구 치고 빠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당신이 기계과 학생이고 교양으로라도 언어 분석에 개뿔도 관심이 없는데 상대방의 전공이 언어학이라고 들어서 비트겐슈타인에 대해서 물었다간, '아. 맞아요. 내가 고딩 시절에 흠모해온 마왕도 비트겐슈타인이라는 밴드를 했었죠. 핫핫핫' 이라는 맞장구 밖에 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런 지경은 당신도 자존심이 있으니 피해야 하지 않겠나. 상대도 뭐, 기본적인 상식이 있다면 일방적인 강의를 하진 않겠지만-_-;
이전에도 말한 적 있는데 여자는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 남자에 대해 알아채는 능력을 타고난 존재들이다. 이야기만 시켜놓고 제대로 듣지 않는다면 그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제때 제때 맞장구를 치는게 중요하다. 또한 반문하라. 잘 이해가 안 가거나, 혹은 미심쩍은 부분에 대해 교수님께 질문하듯 질문하라는게 아니다. 맞장구의 가장 유용한 스킬은 반문하는 것이다. '우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정말이요?', '와. 정말 그랬단 말이죠?'. 반문하는 기술은 꼭 소개팅이 아니라, 모든 여자를 만날 때 당신이 꼭 습득해야만 하는 기술이다. 이를테면 그녀가 '친구 얘기' 를 강조하며 '소개팅 비매너남' 에 대해 흉을 보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럼 '우와, 정말요?' 하고 되물으며, '원래 ~~ OOO XXX 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라면서 슬쩍 당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것이다. 대화의 스킬이란 원래 별게 아니다.
또한 상대의 눈빛을 잘 살펴라. 그녀의 눈빛이 반짝일 때를 찾아야 한다. 너무 어려운 이야기라고? 그녀가 이야기하면서 정말 관심 있고, 재밌어 하는 분야가 뭔지 얼른 빨리 캐치해 내는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는건 손짓, 목소리의 톤, 말의 빠르기, 억양 등 많고 많지만, 눈빛만한게 없다.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왜 어렵다고 하는 것인가. 그것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상대방의 말을 끊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억눌러야 하기 때문도 아니고, 시의적절한 조언이나 충고를 해줘야 하기 때문도 아니다.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상대가 말로 하지 않는 다른 이야기까지도 동시에 들어야만 하기 때문인 것이다.
② 칭찬하라
칭찬은 고래는 모르겠는데, 여자는 확실하게 춤추게 만든다. 남자도 뭐, 마찬가지지만 남자는 단순해서 그냥 존경의 눈빛 좀 쏴주면 다 넘어가는데 반해 여자에 대한 칭찬은 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칭찬하는건 아부일 뿐이고,오히려 사람을 비굴해 보이게 만든다. '어, 쟤 좀 급한가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 필요는 없잖겠는가.
'우와, 너무 이쁘신 분이 나와서 놀랐어요'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처음 이렇게 말하는건 서로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같은 말도 두번 세번 하면 뭐, 별 것도 안 했는데 이미 헤롱헤롱대는걸로 보여 여자를 허무하게 만든다. 여자에게도 성취욕이라는게 있고, 정복욕이라는게 있는건데 이건 뭐, 보자마자 헤롱대면 '훗. 역시 나의 매력이란'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건 재미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여자의 미모에 대한 칭찬은 아예 하지 말던가, 장난스럽게 한번이면 족하다.
그리고 여자의 미모에 대한 칭찬은 원래 양날의 칼이다. 이 세상 모든 아버지, 어머니는 딸을 키우며 '니 아빠만 빼고 세상 남자들은 다 도둑놈이고 늑대들이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정말 한 미모하는 여자라면 미모에 대한 칭찬이 익숙하기도 하거니와, 그런 칭찬 뒤에 다른 속셈이 반드시 숨어 있다는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심드렁하거나 '이놈도 똑같은 놈' 이라는 경계심을 품게끔 만든다. 그리고 보통 미모의 여자라도 역시 그런 과도한 칭찬 뒤에는 뭔가 속셈이 있다는걸 모를 리가 없다. 동족들을 원망할테면 하라. 그리고 보통 미모이거나, 보통 미모 이하인 여자에게 외모 이야기를 늫어놓는다는건 피해 의식을 자극할 수도 있다. 여자는 실제와는 상관없이 외모에 피해 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굳이 예민한 부분을 건드려놓고 '나는 정말 칭찬이었단 말이에요. 흑흑' 해봤자 이미 때는 늦다. 아예 그냥 그 부분을 피해가던지, 아니면 구체적으로 정말 누가 봐도 이건 장난 아니다, 라는 부분이나 누구한테 들어도 무난한 부분을 칭찬하라. 이런건 그녀를 댄싱 머신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적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 낼 순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머릿결이 정말 고우시네요. 와. 손이 너무 이쁘세요. (다리가 너무 쭉 뻗으셨어요, 골반이 참 튼튼하시네요, 이런 칭찬을 하진 않겠지-_-;) 정도? 물론 닭살스럽지 않게 해야 하고, 칭찬을 한답시고 머릿결을 손으로 만져본다거나, 손을 잡으면서 손 칭찬을 한다거나 하는 따위로 저질스럽게 굴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참고로 나는 '허리가 너무 예쁘세요' 라면서 소개팅녀 앞에서 손으로 여자 몸매 모양을 그려본 놈을 한명 알고 있다. -_-;
이건 일종의 팁인데, 칭찬을 할거면 여자의 경우에는 센스나 취향을 칭찬하는게 좋다. 미드 <하우스 M.D> 에 보면 닥터 윌슨이 캐머론과 데이트에 나서는 닥터 하우스에게 구두 칭찬을 하라고 하는데, 그건 좀 한국에선 민망할 수도 있고 하이힐 페티쉬로 보일 수도 있다-_-; 문제는 언제나 과유불급인 것이다. 여자의 가방이나 혹은 악세서리에 대한 칭찬은 언제나 여자의 얼굴에 웃음을 띄울 수 있는 좋은 칭찬이다. 혹시 다이어리 같은걸 볼 기회가 있다면, 글씨를 칭찬하는 것도 좋다. 핸드폰 고리나 가방에 달려 있는 인형 따위의 작은 악세서리는 여자가 특히 좋아하는 캐릭터나 의미 있는 것일 확률도 크니 잘 공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센스란 별게 아니다. 당신도 머리를 새로 잘랐는데, 아무도 몰라주면 왠지 외롭지 않은가. 여자가 머리띠를 하고 나왔다던가, 좀 눈에 띄는 귀걸이를 하고 나왔다거나 하면 그건 여자가 오늘 좀 큰 맘을 먹었다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고 가슴 속에 은근히 꺼리거나, 자꾸 거울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두근거림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적절히 알아채 칭찬해 주는 것이 바로 센스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자의 화장이나 옷차림에 대한 칭찬은 가능하면 삼가라. 남자가 그런걸 너무 잘 알고 있으면 무서워 하는 여자들도 많고, 남자도 그런 부분의 이야기가 익숙하지가 않으면서 자기 취향을 내세워 잘못 이야기하다가는 어색해지기 마련이다. 칭찬을 꼭 기계적으로 분위기를 여는 오프닝 멘트로 하려 하지 말고, 대화 중간중간 추임새 정도로 활용하거나 클로징 멘트로 활용하는게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는 말을 첨언한다.
③ 고민을 상담하라
이건 좀 난이도가 높은데, 응용은 자유지만 피를 본다고 나를 탓하진 말길 바란다. 여자는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혹은 좀 더 친해지기 위해, 혹은 자기 호감을 표시하기 위해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자신의 비밀이나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서로의 거리감을 급격히 좁힐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여자는 항상 어느 누군가의 카운셀러이다. 어색한 자리에서 여자에게 카운셀러의 역할을 제의하면, 익숙한 그 역할에 편안함을 느끼고 어색함을 상당히 가시게 할 수 있다. 이때 고민의 종류는 추상적이지 않을 것, 성적이거나 지나치게 내면적인 것이 아닌 것, 가족에 관한 것이 아닐 것, 그리고 인생에서 큰 행로를 결정지을 수 있는… 이를테면 이직이나, 진학에 관한 것이 아닐 것이 포인트다. 그럼 대체 무슨 고민을 상담하라는 말이냐고 따질 수 있겠지만, 그럼 처음 보는 여자한테 진짜 고민을 상담받을 생각이란 말인가. 가장 중요한건 해답을 얻을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 그러나 해답을 얻은 척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만 잘 응용해도 앞으로의 여자 관계에서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이를테면 패션에 대한 고민을 상담하라. 난 패션에 대해 고민이 없는 남자를 단 한명도 본 적이 없다. 다만 부끄럽고, 쑥스러워서 내놓지 않을 뿐이다. 나라면? 나에게는 분홍색 셔츠에 대한 오랜 꿈이 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시도해 보지 못했고, 심지어 매장에 가서 입어본 적도 없다. 분홍색 셔츠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점원이 와서, '요즘 남자분들도 분홍색 셔츠 많이 찾으세요' 라고 친절히 말을 건네면 화들짝 놀라 도망치기 일쑤였다. 사실 나에게 분홍색 셔츠가 잘 안 어울릴게 뻔하다는게 나의 고민의 요체이다. 이런 고민을 상담해보는건 아주 좋은 화젯거리가 될 수 있다. 여자들 중 많은 퍼센테이지가 남자 친구를 마론 인형 삼고 노는 것을 즐긴다. 또한 특정 남자 패션에 대한 로망을 지니고 있다. 패션에 대한 고민은 그런 화제로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만약 여자가 예의상으로라도 '분홍색 셔츠 왜요.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전 분홍색 잘 어울리는 남자가 참 좋아요.' 라고 말을 하면, 꼭 용기를 얻은 척이라도 해라. 상대는 나름대로 격려를 해줬는데,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좀 그렇지 않은가.
11. 섹스와 술
섹스와 술을 한 카테고리로 엮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 했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일단 묶었으니 이야기하자면
① 섹스는 꿈도 꾸지 마라
소개팅 당일에 원나잇스탠드를 꿈꾸지 마라. 그건 환타지다. 당신이 친구의 경험담에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그거 뻥이다. 믿지 마라. 소개팅 당일에 여자를 침대로 데리고 갈 수 있는 남자는 그것 자체로 이미 신의 경지지. 물론 그 신은 아폴론이라기보다 판에 불과하겠지만. 그렇지만 대체 첫만남에서 침대 밖에 상상할 수 없는 남자라면 그것도 안쓰럽다. 안쓰럽긴 하지만, 그것이 또 나를 포함한 남자라는 종류의 속성이니 어쩌겠는가. 이해는 한다. 문제는 모든 남자가 그러한 신의 경지에 오르고 싶어하고, 정말 스스로가 그런 신의 경지에 있다고 착각하는 남자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될 일과 안 될 일이 있고, 되더라도 해도 되는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이 또 갈린다.
처음 만난 소개팅한 상대와 잘 여자는 없다. 차라리 클럽이면 또 모르겠다. 이건 주선자와의 관계가 얽혀 있지 않은가. 더더군다나 그 남자가 당신이라면 더욱 그렇다. 흥분을 주체할 수 없다면 반드시 파멸한다.
그러니 은근히 섹스를 암시하려고 애쓰지 마라. 당신은 미묘하게 암시했다고 하지만, 여자는 노골적인 압력으로 느끼기 쉽다. 리버럴하게 보이겠답시고 섹스에 관련된 농담 하지 마라. 여자는 이런 부분에 너그러운 사람이 있는 반면, 놀라울 정도로 보수적인 사람들도 많다. 그들이 혼전순결주의자라거나 하는 것과는 별개로 처음 만난 남녀 사이에 음담패설을 주고 받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당신이 아무리 농담인 척 빙빙 돌려봤자 그것이 '나랑 자자' 는 강한 갈구인 것을 웬만한 눈치의 여자라면 알아챈다. 그리고 불쾌해 한다. 다시 말해 껄떡이로 낙인 찍힐 뿐이다. 뭐, 대놓고 '나랑 자자' 고 이야기하는 남자도 있긴 있다더라만.
그리고 굳이 섹스를 원해서가 아니라, 쿨하고 깨어 있는 사람인 것으로 보이기 위해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남자가 많다. 그냥 하지 마라. 나중에 친해지면 하든가. 섹스에 관한 화제는 입에 안 올리는게 남는거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불편해할 남자들이 꽤 있다는걸 안다. 나도 불편하다. 나도 실수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런 실수를 하는 남자들이 꽤 많다. 만약 그게 실수라면 다신 하지 말아야 할테니 굳이 되새겨보는 것이다. 그리고 실수 이상으로 고의인 남자들도 많다. 세상에 그런 미친놈이 어딨냐고? 세상에 성희롱과 성추행하는 미친놈은 어디 있나? 냉정하게 말하면, 그들은 우리 안에 있다.
② 스킨쉽과 시선 처리
스킨쉽 시도하지 마라. 스킨쉽이라는건 사실 미묘해서 첫만남에서도 아주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공략하는 유효한 한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도 과하면 역시 껄떡대는걸로 보일 뿐이다. 또 우연이 가져다준 첫만남과 아예 각 잡고 만나는 소개팅은 굉장히 달라서 좀 더 특별한 매너와 배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거의 모든 여자들은 소개팅 당일에 손을 잡거나, 어깨에 팔을 두르거나 하는 남자에게 짜증 이외에 다른 감정을 잘 갖지 않는다. 혹시 갖는다면 무서움? 그러니 아예 시도하지 말고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신사적인 태도를 유지하는게 상책이다.
그리고 여자가 가슴 패인 옷을 입고 나오거나, 조금 짧은 치마를 입고 나왔다면 거기에 눈길 주지 않으려고 노력이라도 하자. 가슴과 엉덩이, 다리에 쏠리는 시선을 여자는 아주 잘 알고 있고, 당신이 아닌 척 하면서 보고 있다는걸 여자는 다 느끼고 있다. '안 볼 수가 없다능!' 솔직히 이해한다. 그동안 많이 외로웠던거. 이해는 하지만, 어쨌든 하지 마라. 당당하지 못한건 안하는게 좋다.
③ 술 권하지 마라
여자는 술 마시면 안 되나용! 이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는걸 여성 동지들도 이해하실 거다. 대학과 군대의 음주와 회식 문화에 익숙한 남자의 술에 대한 인식은 여자의 그것과 아무래도 많이 다르다. 첫 만남에서 술을 마시는건 좋은 일이다. 술만큼 어색함과 긴장감 해소에 도움을 주는 것이 있던가? 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과함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글을 읽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예 술을 권하지 않는게 낫다. 첫만남에서 술을 마셔봤자 얼마나 마시겠나. 서로 얼굴이 조금 달아오를 정도면 기분 좋게 헤어질 수 있지 않나. 필요 이상으로 술에 집착하면 오해를 산다.
불행히도 나는 여자에게 약간의 검은 마음을 가지고 혹시나 해서 술을 먹인 후배를 알고 있고, 술을 먹이다가 그 자신이 취한 이야기를 들었으며, 그 후배가 술을 마시면 개가 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 소개팅녀는 개가 된 그 후배를 파출소에 신고하고 집에 갔다고 한다.
12. 오지랖
오지랖이라고 쓰긴 했는데, 대단한건 아니고. 대화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카테고리에 넣을까 하다가, 일부러 따로 뺐다. 전반적으로 주의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서.
여자에게 뭔가 절대 지적하지 마라.
여기서 뭔가, 란 다음과 같다.
화장실 다녀왔는데 지퍼가 열려 있다. 브래지어 끈이 보인다. 치마가 돌아갔다. 스타킹이 나갔다. 이빨 새에 고춧가루든, 김이든 뭐든 끼었다. 립스틱이 번졌다. 파우더가 떴다. 마스카라가 뭉쳤다. 기타 등등등등등등.
그것이 민망하면 민망할수록, 그래서 당신이 도저히 참지 못하고 지적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이면 문제일수록 그것을 지적하는 순간, 당신은 '고맙다' 는 인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여자는 만약 이를테면 지퍼가 열린 채 거리를 걷다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갈 위험에서 구원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소개팅이 충실한 성과를 거둘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남자는 의외로 이런걸 '친절함', 이나 '자상함' 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냥 모르는 척 해라. 절대 모르는 척 해라. 당신이 이 경우 가장 바랄 수 있는 희망적인 경우는 당신이 화장실에 가 있는 동안 옆 자리에 있는 여자가 당신의 소개팅 상대에게 지퍼가 열렸거나, 치마가 돌아간걸 지적해주는 것이며, 소개팅녀가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고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그것이 당신의 오지랖의 욕구의 유일한 해결책이며, 이 경우에도 혹시 당신이 눈치 채진 않았을까 하는 여자의 걱정은 당신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냥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수밖에-_-;
13. 계산
사실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 이 카테고리를 쓰지 말까도 생각했었는데, 이미 간단히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한 적 있고 그때 추후 다시 자세하게 이야기하겠다고 말했었기 때문에 굳이 쓴다.
나는 전에 '데이트 계획에서 언급 안 해서 혹시 언급하는데, 소개팅하는 남자의 마음가짐은 '춥고 주린 자여, 내게로 오라' 가 맞다' 고 쓴 적이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첫 데이트 때는 남자가 호스트라고 생각한다. 업계의 프로폐셔널(-_-;)을 지칭하는 속어적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첫 데이트는 남자가 여자를 초대하고 대접하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그게 맞다고 믿고, 그렇기 때문에 남자에게 신사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데이트 계획을 짜야 한다고 이 긴 글 내내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내 글을 단 한 줄로 줄인다면 첫 데이트의 남자의 도리는 호스트라는 것이다.
그러니 계산 또한 남자가 하는게 맞다. 이게 역차별이라거나, 사회적으로 학습된 성적 역할 같은 문제와 전혀 무관하진 않겠지만, 크게 연관 짓는 것도 곤란하다. 왜냐하면 소개팅이나 첫 데이트는 연애를 전제로 한 관계 맺음의 첫단계이며,연애는 각인각색이라지만, 사실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각자의 역할과 권력 관계 등이 규정되어 있는 역할 놀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연애의 행태는 그렇게 각인각색인 것만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연애학이 들어설 자리가 있으며, 연애 상담이라는 것이 유용한 지점이 있는 것이다. 만약 완벽하게 평등하고 사회적으로 강제된 성적 역할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연인 관계가 성립된다면 이 돈 계산이라는 예민한 문제에 있어서 남자가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 자체가 100% 부당하다고 나 역시 목소리 높혀 주장할 수 있다.
조금 조심스럽게 말해보자면, 이 돈계산에 대한 많은 불만들이 연인 관계에서 남자가 수행하는 역할로 얻는 이득이나 권력에는 침묵하고 이 민감한 부분에서만 역차별을 주장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현실적인 연애 관계에서 남자가 구애하고, 여자가 선택한다는 연애의 출발 형식은 많이 파괴되고 있으며, 당연히 그것만이 바람직한 형식일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게 대표적인 연애의 시작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니 남녀의 만남 중 가장 형식적이라고 할 수 있고, 가장 도식적인 공식이 먹히는 소개팅이라는 자리에서 그런 문제에 대한 역차별을 주장하는건 조금 헛발질이 아닐까 싶다.
이런 짜증나는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그냥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그날의 데이트 비용은 일단 남자가 책임진다고 생각하라. 원래 돈을 내는 쪽이 권력이 강한 법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라도 편할테니까. 이건 전반적인 연애 관계 모두의 지출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또 마음가짐을 그렇게 가지라는거지, 무조건 절대로 기필코 반드시 당신이 모든 돈을 다 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아마 크게 문제 있는 여자가 아니라면, 소개팅에 나와서 등골 빼먹겠다는 생각을 가진 여자도 많진 않을 것이다.당신이 밥을 사면, 차 정도는 사는 형식을 취하겠지. 사실 남자들의 항의들 대다수는 등골 빼먹는 여자가 실제로 있다는 것이고, 나도 실제로 있다는걸 안다. 그럼 다신 안 만나면 되는 일이다. 돈 몇만원이 아깝다면, 소개팅을 안 하면 된다. 오히려 여자가 돈을 내겠다면 한사코 그걸 막는 남자들도 제법 있는 것으로 아는데, 여자가 돈을 내겠다면 왜 그걸 막는지 잘 모르겠다. 자존심 문제겠지. 당신의 자존심은 '잘 먹었어요. 맛있었어요.', '고마워요. 혹은 다음엔 꼭 제가 살께요.' 라는 정중한 인사로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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