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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연애학개론

[연애학개론] 아직은 GG를 칠 때가 아닙니다 (부제 : 밀당과 한타이밍 쉬기)

[연애학개론] 아직은 GG를 칠 때가 아닙니다 (부제 : 밀당과 한타이밍 쉬기) 


누군가에게 마음을 뺏겨 목을 매는 상황에서 관계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해하는 연애 초보분들의 공통적인 딜레마 가운데 하나가 있습니다. 
"내가 이 시점에서 관계 전환을 위해 밀당을 한답시고 어설프게 거리를 두면 더 관계가 악화되거나 멀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

그러다보니 지금껏 들인 정성을 중단할 수도 없고, 또 그대로 계속 잘해주자니 뭔가 조공남 혹은 호구남 테크를 타는 기분이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오늘은 이런 고민에 빠진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사실 Love&Hate님께서도 그동안의 글과 댓글을 통해서 한타이밍 쉬기에 대해 여러 번 강조하신 바가 있습니다. 저 또한 이에 공감하는 바, 오늘은 이러한 '한타이밍 쉬기'에 대해 저 나름의 정리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른바 '밀당'과 '한타이밍 쉬기'의 차이랄까요.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밀당이 아닌, '한타이밍 쉬어가기'


사실 많은 분들이 '밀고 당기기'와 '한타이밍 쉬기'의 차이를 구분 못 하시거나 아예 구분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둘 다 상대방에게 거리를 두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라는 생각인거죠. 물론 밀당과 한타이밍 쉬기가 '상대방에게 일정 정도 거리를 둔다'는 측면에서, 즉 겉으로 드러나는 양태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밀고 당기기와 한타이밍 쉬기는 본질적인 시작점부터가 다릅니다.

우선 밀당의 핵심은 '당기기'이죠. 즉, 상대방에서 잘해주며 어느 정도 호감을 얻어낸 이후에 밀어내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는 관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행동이고 상대방의 신경 쓰임을 유발하기 위한 행동이죠. 결국 진정한 밀당은 둘 사이의 '분위기가 좋을 때' 시전하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본격적으로 연애가 시작되기도 전에 나에게 관심도 없는 심녀(혹은 썸녀)에게 어설프게 밀당을 시전했다가 어이없는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결국 이런 식으로 밀당에 실패하는 이유는 예전 글 <밀당의 기본>(http://www.pgr21.com/?b=8&n=31510)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최소한의 호감도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오로지 밀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입니다. 나 혼자 열심히 밀당을 해보지만 상대방은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상황인 거죠.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밀당을 잘 하지도 못할뿐더러, 주변 사람들에게도 밀당을 하지 않는 쪽으로 권고하는 편입니다만, 굳이 밀당을 하고 싶으시다면 사귀고 난 이후 혹은 관계가 돈독해진 이후에 하시는 게 낫습니다. 그러니 상대방으로부터 최소한의 호감조차도 얻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우리 연애초보들에게 밀당은 필요없는 스킬이란 거죠. 그러니 써먹지도 못할 밀당 따위, 깨끗하게 잊어버립시다-_-

하지만 한타이밍 쉬기의 출발점은 다릅니다. 밀당이 '분위기가 좋을 때' 시전하는 것이라면, 한타이밍 쉬기는 둘 사이의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시전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이 둘의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우리는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러니 누군가에게 마음을 뺏겨 목을 매는 상황에서 관계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해하는 당신에게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건 어설픈 밀당이 아닌, '한타이밍 쉬어가기'입니다.
왜냐? 지금 현재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죠.






한타이밍 쉬기 = 리셋(Reset)


결국 '밀고 당기기'가 +1의 긍정적인 상황과 관계에 긴장감과 변수를 주어 +2로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한타이밍 쉬기'란 -1의 불편하고 좋지 않은 상황을 다시 0으로 리셋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상대방에게 원치않게 휘둘리며 관계가 제멋대로 흘러가는 지금 상황의 판을 깨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거죠. 물론 우연찮게 한타이밍 쉬기 그자체가 밀당의 효과를 일으키며 그녀와의 역학 관계가 +1으로 변환될 수도 있지만 이건 말그대로 얻어걸린 것일 뿐, +1이 한타이밍 쉬기의 본질적인 목적은 아닙니다.

그러니 이것만 기억하세요. 무언가 관계가 내 페이스대로 흘러가지 않고 자꾸만 상대방에게 휘둘리는 것 같고, 괜시리 불안하고 초조해지며 마음이 조급한 상황이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한타이밍 쉬어가는 것입니다. 툭 까놓고 말해 어차피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내가 연락을 쉰다고 해서 그녀가 나에게 뭐라고 할 정도까지의 관계도 아니잖아요? 지금까지는 내 입장에서 그러한 어중간한 관계가 불만이었다면, 이제는 오히려 이러한 애매모호하고 어중간한 관계의 장점(?)을 이용하자는 거죠. 내가 한타이밍 쉬어도 그녀가 날 욕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괜히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에, 성큰 밭에 꼴아박는 생마린 부대처럼 돌을 던지는 러시를 감행해선 곤란합니다. 그 즉시 -1정도였던 관계의 지형은 -10 혹은 -100으로 끝없이 추락합니다. 이 상황에선 화타가 오든 허준이 오든, 이국종 교수가 오든 누가 오더라도 어떻게 손 쓸 수 없는 상태로 돌입하는 거죠. 이른바 골든타임이 지나버린 이 상황에서 유일한 방법은 환자의 의식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차분한 마음으로 더 길게 한타이밍 쉬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그러니 관계가 약간 어그러지고, 연애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무언가 관계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 때, 더 이상 안절부절하지 마세요. 차라리 그 시간에 무한도전을 보며 한타이밍을 쉬어갑시다. 지금 내 상황이, 열두 척의 판옥선만이 남아있는 이순신 장군의 상황만큼 암울하거나, 패러독스에서의 對 도진광 전의 임요환만큼 암담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어찌됐든 아직까진 관계의 불씨가 살아있고 어떻게든 해볼만한 여지가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상황 아닙니까?

이순신 장군도, 임요환도 GG를 치지 않았는데 왜 우리가 손쉽게 돌을 던집니까. 분위기가 안 좋다고 해서 패배를 미리 예감하고 장렬하게 산화할 생각부터 하지 마시고, 시간을 가지고 현 상황을 차분하게 돌아본 후 관계의 판을 새로 짠 뒤에 분위기를 내 것으로 가져갈 생각을 하셔야죠. 






어떻게 쉴 것인가


그렇다면 한타이밍 쉬기란 어떤 경우에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요. 이를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몇가지 예시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1) 심녀와의 카톡 중 자꾸 심녀가 카톡을 씹거나 늦게 읽습니다. 나는 칼답장을 하는데 그녀는 30분, 40분씩 늦게 답장이 오죠. 언제나 그렇듯 내용도 신통치 않습니다. 답답하고 짜증나는 이 순간,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1) 상대방에게 빠른 답장을 종용하거나 끝끝내 어떻게든 대화의 끈을 이어가고자 끝까지 치열하게(?) 답장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차라리 그냥 중간에 문득 휴대폰을 놓고 피지알에 접속하며 카톡을 쉽시다. 어차피 답장도 신통치 않고 쓸데없이 바빠보이는데 자꾸 연락해서 뭐합니까. 무슨 대화 내용이었든, 혹은 내가 답장을 보낼 타이밍이었든 그런거 개의치 마시고 일단 카톡을 쉬고 내일 저녁에 다시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연락해봅시다. -1 상황의 카톡을 리셋시키고 다시 0에서 시작하자는 거죠.


2) 썸녀와의 데이트 도중 그녀의 얼굴이 심상치 않습니다. 무언가 나에게 짜증이 난듯한데 이유를 물어도 대답하지 않죠. 그런데 딱 봐도 그리 심각한 이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데없이 심통을 부리며 나를 흔들어대며 내 심기를 긁어대는 그녀. 데이트 내내 최대한 그녀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노력하고 원인을 찾기 위해 대화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그녀의 마음은 깨끗하게 풀어지지 않은 채로 그녀와의 데이트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와도 무언가 답답하고 찜찜한 이 순간,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1) 집에 돌아와서도 카톡과 전화로 그녀에게 "도대체 왜 그러냐?"라고 짜증을 내거나, "내가 다 잘못했어ㅠㅠ 내가 너한테 뭐 실수한 거라도 있어?" 라며 매달리듯 자꾸 추궁하지 맙시다. 도대체 뭐가 실수인지 궁금하다구요? 이렇게 자꾸 물어보고 추궁하는 그 자체가 실수입니다. 데이트 도중 이미 할만큼 노력했다면 헤어지고 난 후 딱 하룻밤 정도는 그녀를 가만히 내려버려 둔 채  한타이밍 쉽시다. 그녀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고, 화를 가라앉히고 화해의 제스처를 받아줄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다음날 연락을 해보면 그녀의 기분이 이미 풀려있거나, (화가 다 풀리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차분한 관계로 리셋이 됩니다. 그녀의 불편한 신호를 가벼이 여기고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대화를 하고 화해를 하고 싶다면 한 타이밍 쉬고 다음날 대화를 시도하라는 거죠. 어차피 당장 이유를 추궁하고 대화를 시도해봤자 내가 원하는 속시원한 대답을 얻기는 힘드니까요.


3) 호감을 가진 상대에게 두 번의 데이트 신청을 했으나 연속으로 거절을 당했습니다. (더군다나 두 번째 데이트는 만나기로 한 당일날 갑작스레 파투가 난 상황.) 이미 약간 자존심이 상했고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다시 또 바로 데이트를 신청하기엔 자존심이 상하고, 또 그랬다가 한 번 더 거절당하면 멘붕에 휩싸일 것만 같고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기엔 아쉬운 이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3-1) 이런 경우 굳이 데이트 신청에 목매지 마시고 그녀의 거절 사유를 있는 그대로 믿고 받아들인 후 며칠 혹은 일주일 정도 쉽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연락해서 데이트 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물론 그때에는 상대방에게 날짜와 시간을 정하도록 일임하는 것도 좋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녀의 일정을 최대한 배려하는 방향으로 삼고초려를 해봅시다. 멘붕은, 삼고초려 이후에 하더라도 늦지 않으니까요.  


4) 맘에 드는 그녀에게 진지하게 고백을 했으나 시원하게 차였습니다. 적어도 지금 현재로서는 그녀는 나에게 이성으로서의 호감이 없어 보입니다. 이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요? 순정파의 면모를 보이며 끝까지 붙잡고 매달려야 할까요? 아니면 쿨하게 포기해야 할까요?

4-1) 그 해답은, 집착도 포기도 아닙니다. 그녀와의 편안한 친분을 유지하시며 마음을 비우시거나, 아니면 아예 관계를 잘 마무리하고 좋게 갈무리한 뒤 자연스레 연락을 끊으시든, 일단은 한타이밍 쉬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차분한 마음으로 내 생활을 하며 다른 사람도 만나보면서 몇 개월이 지난 후에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연락을 하거나 만남을 제안해봅시다. 분명한 건, 지금 당장 그녀에게 매달리거나 반대로 아예 전화번호를 지우고 그녀를 원망하며 포기하는 것보다는 좋은 결과로 나타날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그쯤되면 내 마음도 어느정도 차분하게 정리가 되어갈 것이고 둘 사이의 -10이었던 관계가 다시 -1정도로 되돌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포기는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직은 GG를 칠 때가 아닙니다


물론 한타이밍 쉬기라는 것이 지금 당장 눈 앞의 우리 연애를 성공시켜주는 특별한 비법도 아니며 아무 때나 무턱대고 시전해서 항상 효과를 볼 수 있는 전가의 보도도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순간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관차처럼 낭떠러지를 향해 조급하게 질주하는 우리들의 폭주를 붙잡아주고 차분하게 릴렉스 시켜주는 좋은 방법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우리에게 기회가 오로지 지금 이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뺏겨 목을 매는 상황에서 관계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해하며 돌을 던질지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아직은 GG를 칠 때가 아닙니다. 
노량해전을 앞두고 숨을 고르던 이순신 장군처럼, 우리에게도 아직 열두 번의 기회와 타이밍이 남아있음을 기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