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학개론] 소개팅 그녀와 연인이 되는 5단계 (Plan B) - 고백의 딜레마
오늘 [연애학개론]은 예전 글 '소개팅 그녀와 연인이 되는 5단계와 관련된 일종의 에프터 서비스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5-2번의 상황에 안착한 이후 어떻게 관계를 마무리를 지을 것인가에 대한 이른바, [소개팅 그녀와 연인이 되는 5단계 - Plan B]랄까요.
'5-2. 스킨십, 그 후', 그리고 고백의 딜레마
상황은 이렇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린 [소개팅 그녀와 연인이 되는 5단계]를 착실히 혹은 변칙적으로 밟아 어떻게든 5-2번 상황까지 끌고는 왔습니다. 이제 자연스럽게 손도 잡고 어깨에 손을 올린다거나 하는 식의 가볍고 적당한 스킨십 정도는 하고 있는 상황이죠. 근데 뭔가 관계가 애매하고 깨름칙합니다. 사귀는 것도 아니고, 안 사귀는 것도 아니고. 딱, 연인이라고 못을 박지 않으니 영 마음도 편치가 않고 찜찜하고 답답하죠. 무언가 관계가 정체되어 있는 것 같고 그렇다고 고백을 하기에도 뭔가 애매하고 안 하기에도 애매합니다. '피지알에서는 분명 고백 따윈 필요 없다고 영원인가 누가 그랬는데 그럼 이제 어쩌란 말이지?' 라는 의문이 피어오르죠. 분위기는 좋은데 화룡점정, 이른바 마지막 한걸음이 부족한 상황.
오늘 글은 이 상황에서 고민하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그러니 아직 5-2번 단계까지 오시지 못하고 1~3단계에서 헤매시는-_-분들은 이 글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리니 이점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고백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우선 이 말씀부터 드리고 싶네요. [소개팅 그녀와 연인이 되는 5단계]라는 글에서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고백 따위는 절대 하지 마세요." 라는 얘기가 아닌 "굳이 고백에 목맬 필요 없습니다." 라는 얘기였습니다. 5-2의 상황까지 왔으면, 고백?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고백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녀와 연인처럼 자연스레 만나고 있는 사이라면 관계의 확정을 위한 고백은 하셔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고백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녀와 연인처럼 자연스레 만나고 있는 사이라면 굳이 고백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절차를 거치지 않으셔도 상관 없구요. 결국 중요한 건 '고백의 실행 유무'가 아니라는 얘기이죠.
조금 다른 상황을 예로 한번 들어볼게요. 여기 A라는 여성의 매력에 홀딱 반해 간도 쓸개도 모두 긁어 퍼주는 조공남 B가 있습니다. 그녀와의 만남만으로도 감지덕지 여기며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죠. 아니, 원하는 것 뿐만 아니라 굳이 겉으로 원하지 않더라도 빼빼로 데이, 화이트 데이, 그녀의 생일, 그녀가 시험을 망친 날 등등 그녀의 경조사는 빼먹지 않고 꼭꼭 챙깁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것저것을 대령하고 알아서 갖다 바치며 헌신하는 ‘용의자X'인 거죠.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연애의 시작, 이른바 ’사귐‘을 간절히 바라는 쪽은 누구일까요? 누가 더 조급하고 갈급할까요? 물으나마나 B이죠.
왜냐면 A는 더 바랄 게 없기 때문이죠. 굳이 사귀지 않아도 지금 현재 남자가 모든 걸 알아서 다해주는데 ‘연인’이라는 타이틀에 B처럼 목맬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지금 현재를 즐기면 그만이죠. 그러다가 마음이 동하면 사귀는 거고, 동하지 않으면 사귀지 않으면 그만인 거구요. 관계의 주도권과 장악력을 A가 꽉 쥐고 있는 이런 상황. 여성들에겐 아주 적절하고 훈훈한 미담 사례이자 남성들에겐 매우 부적절하고 혼란스러운 공포 체험인 겁니다.
그런데 반대로 이 상황을 5-2에 대입해 봅시다. 굳이 고백이란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이미 그녀와 '연인이나 마찬가지인' 관계에 돌입한 남녀의 관계에 대입해보자는 거죠. 다른 연인들처럼 손잡고 다니며 데이트하고 스킨십 진도도 자연스럽게 진전이 되어가는 상황입니다. 서로의 친구들에게 서로를 소개시켜주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고 누가봐도 알콩달콩한 연인처럼 보이는 상황. 말만 고백을 안했을 뿐 이미 서로 간에 연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관계라면 남-녀 중 누가 조금 더 신경쓰일까요? 이번에는 대체로는 여성 쪽입니다. 첫 번째 예시와는 정반대로 이번엔 남자 쪽에서는 아쉬울 것도, 조급할 것도 없습니다. 고백을 하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연인 관계를 충분히 이어갈 수 있는데 굳이 고백에 목맬 필요가 없는 거죠. 결국 100일을 좀더 정확히 챙기기 위해 날짜 기준을 정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이 남자는 굳이 고백을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
고백은 옵션
따지고 보면, 우리가 고백에 목매는 가장 큰 이유는 관계의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고백을 하고 승낙을 받아야 뭔가 그다음부터 마음 편하게 연인처럼 지낼 수가 있으니까요. 이 얘기는 반대로 뒤집어 보면, 이미 마음 편하고 자연스럽게 연인처럼 지내는 사이라면 굳이 고백의 단계가 필요없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러니 5-2번 상황에서 고백은? 굳이 하지 않으셔도 무방하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고백보다는 이미 연인과 다름없는 그런 분위기 조성에 더 주력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죠.
결론적으로 5-2번의 단계까지 왔다면 굳이 고백하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1) 뭐가 어찌됐든 둘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하고 싶다거나
2) 그녀가 고백을 원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라면 고백을 하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죠. 우선은 '나랑 사귀어줄래류'의 소극적인 고백 보다는 '나랑 사귀어줘서 고마워류'의 다소 뻔뻔하고 깜찍한(?) 고백이 효과가 크다는 점. 그리고 어떠한 경우라도 당신이 그녀에게 바치는 고백은, '카운터 펀치'가 되어야지 행운을 바라며 눈 감고 크게 한방 휘두르는 '헛스윙'이 되어선 곤란하다는 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고백의 유무가 아닌, 공감대의 유무
쉽게 말해 이런 겁니다.
중요한 건 고백 그 자체가 아닌, '분위기'입니다. 고백을 하기 전에 분위기를 잘 살펴보세요. 그녀와의 관계가 훈훈하게 지속되고 있고 가벼운 스킨십도 연인처럼 주고받는 상황에서 고백을 하고자 한다면, 굳이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커다란 꽃다발에 비싼 선물을 준비하기 보다는 귀엽고 부담 없는 고백을 추천합니다. 너무 크고 부담스러운 고백은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쉽죠.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그냥 귀여운 커플 핸드폰 줄이나 소니엔젤 이어폰 마개 등을 한쌍 준비해서 내 휴대폰에 미리 달아놓고는 커피숍에서 마주한 그녀에게 선물이라며 그녀의 휴대폰에 달아줍니다. 그러고나서 은근 슬쩍 내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꺼내놓는 거죠. 약간의 눈치가 있는 상대방이라면 대번에 반응할 것이고, 눈치 없는 그녀가 반응을 하지 않으면, "어? 그러고보니 우리 핸드폰 줄이 똑같네?" 라며 뻔뻔하게 분위기를 환기시킵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류의 대화를 주고 받는 거죠.
영원 : "어? 그러고보니 우리 핸드폰 줄이 똑같네?"
그녀 : "뭐예요~ 이게! 크크"
영원 : "뭐가? 커플 핸드폰 줄 처음 봐?^^"
그녀 : "그러니깐, 이런 건 커플들끼리 하는건데?"
(여기에서 "그, 그런가? 하핫^^;" 이라며 물러서면 곤란합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눙치고 들어가세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영원 : "어? 몰랐어? 우리 지난 월요일부터 사귀는 거^^"
그녀 : "헐~ 누구 맘대로? 크크"
영원 : "그래? 흠.. 좋아! 내가 양보할게. 그럼 오늘부터 1일인 걸로. 나도 이 이상은 양보 못해~! 됐지?"
뭐 대략 이런 식으로 밝고 가볍게 고백 의사를 밝히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이쯤에서 "치~"라며 그녀가 기분 좋게 웃어준다면, 그날의 고백은 분위기 좋게(라고 쓰고 얼렁뚱땅이라고 읽습니다) 마무리가 되는 것이구요. 만약 여기에서 그녀가 진지하게 정색하며 거부감을 드러낸다면, 그땐 저한테 쪽지 주세요-_- 사실 여기까지 끌고 온 상황에서 정색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거든요. 그녀가 정색을 했다면 그것은 고백 스킬의 부족보다는, 공감대 형성의 부족에서 기인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카운터 펀치와 헛스윙
결국 위의 대화 상황을 통해 여러분이 캐치하셔야 할 것은, 한 마디 한 마디 문장의 내용이 아닌 '분위기'입니다. 결국 고백을 하냐, 안 하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백할 만한 상황과 분위기, 이른바 공감대를 이끌어내었느냐, 이끌어내지 못 하였느냐입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조급한 마음에, 상황의 반전만을 바라며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두눈 질끈 감고 휘두르는 헛스윙은 곤란하다는 얘기죠. 나의 매력을 통해 상대방이 휘청 휘청 거리도록 그로기 상태로 만들어 코너에 몰아넣은 후에, 바로 이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확정짓는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고백이 필요하단 얘기입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들이 보통 무리하게 고백의 타이밍을 일찍 잡으려 하는 이유는 조급함과 자신감 부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큽니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무언가 불안하고 답답한 거죠. 내 매력은 이미 바닥을 다 드러낸 상황에서 어떻게든 관계의 반전을 꾀하고 싶은데 딱히 방법은 없으니 자꾸만, 올인 한방 승부가 가능한 고백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습니다. 그리하여 크게 헛스윙을 하고나서 빈털터리가 된 후에야 땅을 치고 후회하죠. 결국 헛스윙을 할 거라면 차라리 참는 게 낫고 이왕 휘두를 거라면 상대방을 끈질기게 몰아붙여 그로기 상태로 만든 후에 휘둘러야 한다는 점입니다. 점수 차가 뒤지는 10라운드 상황에서 행운의 펀치를 바라며 무턱대고 풀스윙을 휘두르기 보단, 일단 지금의 고비를 넘기며 11, 12라운드까지 끌고 가서 침착하게 기회를 엿보는 것이 현명한 자세라는 거죠.
사실 고백은, 음식으로 치자면 다 차려진 잔치국수 위에 살짝 뿌려지는 예쁜 '고명'에 불과합니다. 이른바 화룡점정의 역할. 그러니 복잡하게 꼬여버린 연애 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반전을 고백이란 행위에서 기대하는 것은, 음식의 맛을 확 바꾸는 메인 재료의 역할을 '고명'에 기대하는 것처럼 적절치 않습니다.
가장 좋은 고백은 깜짝 이벤트가 아닌 '짜고 치는 고스톱'
결국 우리들의 고백은 'UFC'가 아닌, 'WWE'가 되어야 합니다.
고백이란, 그녀와의 연애의 향방을 가르는 비장한 일도양단의 무거운 승부가 아닌, 서로간의 공감대 형성 속에 이미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만들어진 즐겁고 유쾌한 '엔터테인먼트'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고백의 형태는 깜짝 이벤트가 아닌, '짜고 치는 고스톱'입니다.
결국 성공적인 고백은 '각본이 있는' 드라마입니다. 우리네 연애에는 각본이 없지만 상대방을 향한 고백에는 서로 간에 은연 중에 공유된 각본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고백을 할까 말까를 고민하시기 전에, 지금 현재 내가, 고백을 하나의 요식행위에 불과하도록 만들어 놓았을 만큼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는지부터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사실상 고백의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옥타곤에서 처절하게 피를 흘리는 '앤더슨 실바'나 '김동현'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더 락' 혹은 '스톤콜드 스티브 오스틴'이 되어 그녀를 마음껏 즐겁게 해주는 것이 연애라는 사각의 링에서 서로가 함께 win-win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이런 점들만 참고한다면 우리도 충분히, 그녀의 마음 속에 '스터너'를 꽂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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