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학개론] 소개팅 그녀와 연인이 되는 5단계
소개팅이나 미팅 등으로 만나게 된 낯선 이성과 사귀기 전까지의 과정 별 미션(?)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소개하는 글입니다.
소개팅 그녀, 그리고 그 후
문제는 이렇습니다.
소개팅 후 에프터 신청을 통해 그녀와 한두번의 만남을 더 가진 상황. 나는 그녀에게 확실히 호감이 있고 잘 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며 그녀 또한 나를 나쁘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뭔가를 해야할 상황인 것 같은데, 어찌해야할지 감이 잘 안오죠. 주변에 문의를 해봐도 "5번째 데이트 안에 쇼부(?)를 쳐라.", "천천히 긴 호흡으로 자연스레 매력을 어필해라." 등등 제각기 다른 얘기들을 해주니 혼란스럽습니다. 뭔가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키고, 데면데면한 현재 관계에서 로맨틱한 연인 관계로의 자연스런 전환을 이끌고 싶은데 생각만 많을 뿐 어찌해야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 오늘 글은 소개팅이나 미팅 후 이러한 난관(?)에 부딪힌 연애 초보 분들을 위한 단계별 과제 부여입니다. 뭐 사실 연애 고수 분들은 이러한 단계별 과제 없이 1~5 단계가 자연스레 뒤섞이며 관계를 능숙하게 이끌어가지만, 1~5단계 어느 하나 시원치 않은 초보 분들도 분명 계실 것이므로, 뻔한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적어봅니다. 다만 이 글의 전제 조건은 이렇습니다. 그녀가 나를 싫어하지 않고, 나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지 않아 지금 현재 적절하게 만남을 이어가는 초기 상황. 이 정도의 상황을 전제로 한 단계별 과제임을 염두에 두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1. 첫번째 과제 - 편안함
소개팅 이후 그녀와의 두번째 만남에서 우리에게 부여된 첫번째 과제는 '편안함으로의 어필'입니다. 상대 입장에서 볼 때, '이 사람, 대화도 나름 잘 통하고 생각도 나랑 비슷한 구석이 많네?' 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데이트 중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경청'과 '공감'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만남 초반부터 본인의 생각과 논리를 내세우며 '백분토론'식의 공방을 벌이면 곤란하죠. 이럴수록 내 이미지는 '남의 말에 귀를 닫고 자기 논리만 내세우는 보수적이고 피곤한 남자'로 비추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결국 1단계에서의 핵심은 무언가 임팩트 있는 재미와 즐거움을 주려고 애쓰기 보다는, 어깨에 힘을 풀고 그녀와의 데이트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이끄는 것입니다. 그녀가 편안함을 느끼도록 해주세요.
결국 이러한 편안함을 통한 어필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연락입니다. 1단계에서는 이정도로 만족하셔야죠.
2. 두번째 과제 - 즐거움
그리고 상대방이 나를 편안하게 느끼게 함으로써 경계의 벽을 허물었다면 이제부터는 친밀감을 쌓아아죠.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데이트를 통한 즐거움'입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 사람과 같이 있으면 재밌다.', '이 남자와의 데이트는 뭔가 즐겁다.'라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죠. 이러한 2단계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접근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의 유머러스함과 자기자신만의 매력으로 어필하거나, 알찬 데이트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다만 연애 초보 분들의 경우 대체로 도를 넘는 긴장으로 인해 유머러스함이나 재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후자를 추천합니다. 섣불리 웃기려고 덤비다가는 우스운 사람으로 전락하기 쉽거든요.
그러니 꼭 무언가 재밌게 해주고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고 재밌는 영화, 즐거운 공연, 멋진 풍경, 맛있는 밥집 등 소소하지만 알차고 내용있는 데이트 콘텐츠를 이용하여 즐거움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미리 이런 저런 리뷰도 찾아보고 사전 탐문조사(?)를 위해 발품도 파는 등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겠죠. 더불어 이러한 데이트의 과정을 일종의 과제나 미션으로만 여기지 마시고, 관계에 대한 고민은 잠시 내려놓은 채 그녀와 함께 데이트를 즐기면 그뿐입니다. 언젠가도 말씀드렸던 '여인동락(與人同樂)'의 자세인 거죠.
그리고 이러한 즐거움의 나눔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만남의 지속입니다. 오늘 데이트가 즐거웠다면 그 다음 데이트를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3. 세번째 과제 - 설렘
이제 그녀와의 관계도 나름대로 편안해졌고 친밀감도 어느 정도 상승했습니다. 만나면 하하호호 즐겁게 웃으며 데이트도 하고 분위기도 꽤 좋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어렵습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인거죠. 대화가 통하는 착하고 좋은 오빠로 남느냐, 나를 설레게 하는 남자로 다가가느냐는 이 지점에서 갈라집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 벽을 넘지 못하고 통한의 GG를 치는 경우가 많죠. 어쨌든, 분위기는 좋은데 상대방과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로맨틱하게 가져갈 것이냐의 성패는 '적절한 스킨십'에 달렸습니다. 사실 스킨십 이전에, 남자다운 성격과 상대방을 휘어잡는 박력으로 어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나 이러한 매력을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죠. 섬세하고 여성화되어가는 초식남이 많아지는 요즘 같은 추세에, 이러한 성격적인 접근 보다는 오히려 적절한 스킨십을 통한 물리적인 접근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죠.
(서로간에 아무런 스킨십도 없는 사이에) 길을 가다가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위험하게 지나가면 그녀의 어깨를 끌어 안아 자기 쪽으로 당겨 보호해준다거나, 주변에 싸움이 나거나 무언가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녀의 손을 잡아채고는 그 상황으로부터 빠르게 벗어나게 해준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또 그녀와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눌 때 자연스레 그녀의 머리카락에 있는 보풀을 떼어내 준다거나 비 오는 날 우산을 함께 쓰며 자연스레 그녀의 어깨를 감싸준다거나 하는 식의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사소하고 자연스러운 스킨십이라도 여자들은 속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또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모든 레이더망과 안테나가 남자의 손길을 따라갑니다. 결국 핵심은, 상대방이 거절하지 않을 만한 선에서의 적절한 스킨십을 통해 남자로서의 매력을 자연스레 어필하고 약간의 설렘을 안겨주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설렘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주도권의 전환입니다. 여자가 데이트 상대방을 남자로 느끼며 설렘을 가지게 되는 순간부터는, 남자들의 행동 하나 하나에 의미부여하는 빈도가 늘어나게 되고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관계의 주도권은 남자에게로 넘어오게 마련입니다.
4. 네번째 과제 - 궁금증과 의구심
사실 이쯤되면, 이 4단계에서 마무리 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 글에서 말씀드리는 5단계 중 가장 어려운 단계가 4단계라고 보기도 하구요. 결국 이 단계는 상대방에게 나에 대한 궁금증과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단계입니다 쉽게 말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우리가 무슨 사이지?', '우리 지금 사귀는 건가?' 라는 궁금증과 의구심을 느끼게 만드는 단계인데요. 이러한 생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방법은 간단합니다.
1~3 단계를 거쳐오며, 꾸준히 잘해주되 사귀자는 고백이나 좋아한다는 표현을 명확히 하진 않는 것입니다. 더불어 뺑덕어멈님이 '연애 협상의 법칙'이라는 글에서 말씀하신 '언제든 끝낼 수 있는 용기'가 이 시점에서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상대방이 나를 궁금해합니다. 어떻게든 사귀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얘기죠. 말하지 않아도 이 남자의 속이 훤히 보이는 상황이라면 그녀가 날 궁금해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함부로 고백하지 마시고, 즐거운 데이트를 이어오면서 적절한 스킨십을 발휘하세요. 그러면서도 이 관계를 '언제든 끝낼 수 있는 용기'를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어야 합니다.
내 마음이 진심이고 절절하다고 하여 그녀가 나랑 사귀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내 사정이죠.
어차피 만난지 한두달도 안된 상황에서 그녀가 바라는 건 '진심의 전달'이 아닌 '매력의 어필'입니다. 진심 하나 가지고 사귀려는 생각을 버리시고, 나만의 매력으로 그녀를 흔들 생각을 하세요. 더불어, '언제든 끝낼 수 있는 용기'도 매력의 하나라는 점을 명심하시구요. 어쨌든 이러한 상황까지 오면, 참다 참다 못한 그녀가 이렇게 묻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오빠, 근데 우리 무슨 사이야?", "근데 우리 사귀는 거 맞아요?"
이런 경우, 싱겁지만(?) 4단계에서 과제는 종료됩니다. 이 경우 여자 쪽에서 참지못하고 백기를 든 셈인데요. 이런 상황에선 그냥,
"무슨 사이긴 이런 사이지." 라며 손을 잡거나, "몰랐어? 낼 모레면 우리 50일인 거?" 라며 능청스럽게 답변하고 그냥 사귀시면 됩니다.
어때요? 참 쉽죠-_-?
5. 다섯번째 과제 - 스킨십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5단계까지 옵니다. 즉, 여성분들이 백기 투항(?)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얘기죠. 이 시점에서 더 시간을 질질 끌면, 어느 순간부터 나에 대한 그녀의 신뢰도는 뚝뚝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고 그녀의 설레던 마음도 점점 짜증으로 변해가죠. 그러니 더 시간 끌 필요 없이 돌직구를 꽂아 넣을 시간입니다. 어떻게요? 고백이 아닌 '스킨십'으로 말이죠.
그리고 이 시점에서 흥미로운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여기서부터가 오늘 글의 핵심입니다.
이 5단계까지 온 상황에서
고백을 했을 경우와, (고백을 배제한) 스킨십을 했을 경우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나누어서 얘기해보도록 할게요.
5-1. 고백, 그 후
우선 여기까지 잘 끌고와서 고백으로 마무리하는 경우, 많이 쳐서 30% 정도는 무난하게 연인으로 발전이 됩니다. 다만 나머지 70%의 경우, 예상보다 담담하고 데면데면한 그녀의 반응에 당황하며 예기치 않은 멘붕에 시달리게 됩니다. 만난지 한두달 만에, 이러한 내 고백에 그녀가 감동할 거라는 믿음 자체가 어찌보면 욕심이죠. 이 경우 여자들의 마음 속 상태는 감동보다는, 당황스러움과 안도감의 비율이 훨씬 더 크죠. 우선은 이 남자의 궁금한 속내를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 속이 시원하고 안도감이 생깁니다. 뭔가 이제서야 비정상적인 관계가 정상적인(?) 궤도로 올라선 듯한 안정감까지 느끼게 되죠. 더불어 한편으론 당황스럽습니다. 여기서 덥썩 고백을 수락하기에도, 또 거절하기에도 애매한거죠. 그러니 정확한 답변은 회피하고 줄다리기에 들어갑니다. 이제부터 남자는 연애 오디션의 참가자, 여자는 심사위원이 되는 것이죠. 여자 입장에서는 매우 적절하고 안정적이며 정상적인 관계라면, 남자 입장에서는 매우 부적절하고 피곤하며 비정상적인 관계가 시작이 됩니다. 1~4단계의 과정을 통해 어렵게 어렵게 가져온 주도권을 이 고백 한방으로 "드, 드리겠습니다. 굽신 굽신" 모드로 헌납하게 되는 것이죠.
결국 무서운 점은 이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하고, 자신의 내뱉은 말의 프레임 속에 갇히게 마련이거든요.
그러니 남자가 여자에게 "널 좋아해. 너랑 사귀고 싶어."라는 고백을 하는 순간, 남자는 순수하게 이 포지션과 프레임 안에 갇히게 됩니다. 무슨 얘기냐면, 그 때부터는 지금까지의 동등한 갑과 갑의 관계가 아닌, 한쪽이 어느 한쪽을 더 좋아하고, 상대방과 사귀기 위해 노력하는 갑과 을의 관계로 변모한다는 얘기죠. 이미 좋아한다는 말은 내뱉었고, 사귀고 싶다는 속내도 털어놓았으니 그 포지션과 프레임에 맞게 저절로 행동하게 되는 겁니다.
이를테면 그 전까진 그녀에게 짓궃은 농담도 잘하며 그녀를 놀리던 내가, 어느 순간 그녀의 눈치를 보며 그녀가 좋아할만한 이야기들만을 골라 조심스럽게 하게 되죠. 또 데이트 이후 지하철 환승역에서 깔끔하게 헤어지던 과거의 모습과는 달리, 어느 순간 그녀의 집앞에까지 꼬박 꼬박 바래다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가 상대방을 무척 좋아하고, 사귀고 싶다고 얘기했으니 그 포지션, 그 프레임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죠. 거기서 벗어나게 되면 상대방에게 오해나 실망감을 줄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말 그대로 자승자박의 상황. 점점 내 매력은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되고, 나를 궁금해하며 호기심과 의구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도 점점 담담하고 도도하게 변해갑니다. 연애 초보들에게는 가장 위험하고 두려운 상황이죠. 보통 이 경우 이 판을 어떻게 뒤집지 않는 이상은, 노력만 하다가 결국 거절당하거나 시들하게 관계가 마무리 되는 경우가 대체로 많습니다.
5-2. 스킨십, 그 후
반면 여기까지 잘 끌고와서 스킨십으로 마무리하는 경우, 양상은 달라집니다. 일단 4단계까지 왔다면 이미 분위기는 남자 쪽에 많이 웃어주는 상황. 주도권도 나에게 있죠. 그러니 스킨십을 통해, 이른바 행동으로 고백합니다. 뭐 다양한 스킨십이 있겠으나 5단계의 초입에서는 88올림픽 정신을 발휘한 Hand in hand가 가장 적절합니다. 그냥 고민할 것 없이 그녀와 술한잔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눈 후, 집에 바래다주며 자연스레 손을 잡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1~3단계에서 손을 잡으면, 상대방이 거부 반응을 강하게 보이며 관계가 그 즉시 종료될 확률이 높지만 4~5단계에서 손을 잡으면 열렬하게 환영-_-은 절대 안하구요, 그냥 가만히 있거나 싫지 않은 기색으로 조용히 손을 뺍니다. 그녀가 가만히 있으면 그냥 손을 잡으시면 되는 것이고, 손을 빼는 경우 그 즉시 그녀의 표정을 확인합니다. '뭐 이런 더러운 게 다있어-_-' 라는 불쾌한 표정으로 손을 뺀다면, 그날 이후 그냥 만나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5단계까지 왔다면) 싫지 않은 기색으로 손을 빼죠. 그럼 그냥 다시 잡으세요. 이 경우에 스킨십 거절당했다고 위축되지 마시고 그냥 남자답게 다시 잡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는 자연스레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죠. 더불어 이 상황에서 관계의 확정을 위한 고백은 불필요합니다. 하신다면 말리진 않겠으나, 고백보다는 추후 데이트를 이어가며 스킨십의 난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며 심화 과정 진도에 돌입하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마치며
어때요? 소개팅 그녀와 연인이 되는 5단계 과정.
참 쉽죠-_-?
사실 연애 과정에서 쉬운 게 어디있겠습니까. 이런 것들도 다, 연애에 능숙한 유경험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같은 연애 초보라도, 이런 부분들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맨땅에 헤딩하듯 상대를 만나는 사람과 이런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상대방을 만나는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비록 저는 내일 아침에도 영화 '간첩'을 쓸쓸히 조조로 관람할 계획이지만-_-;
지금 현재 소개팅을 통해, 혹은 여타 다른 경로를 통해 누군가와의 설레는 만남을 이제 막 시작하신 분들에게 이 다섯가지 단계가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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