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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연애학개론

[연애학개론] 그남자, 그리고 그여자를 위로하다

[연애학개론] 그남자, 그리고 그여자를 위로하다



오늘 글은, 연애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글을 읽는 그 누군가를 위한 글입니다.
짧은 글 한편이 얼마나 힘이 되고 위로가 되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마음 한자리도 둘 곳 없어, 정처없이 헤매는 그남자, 혹은 그여자를 위해 적어봅니다.  




더 좋아해서 더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


2008년부터 개인 블로그에 '영원'이라는 닉네임으로 [연애학개론]을 연재하면서 쪽지 혹은 이메일로 적지 않은 연애 상담을 해왔습니다. 제 연애도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어설픈 필력으로 칼럼을 연재하며 남녀심리를 꿰뚫는 '척'을 한 탓에 팔자에 없는 연애 상담을 많이 하게 된 것이죠.^^; 뭐, 오히려 그 연애 상담들이 남녀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다는 게 아이러니랄까요. 결국 연애 상담이란, 더 좋아해서 더 힘든 사람들과의 대화입니다. 그런면에서 사실, 내담자의 숫자만큼이나 각양각색의 사연과 다양한 내용들로 채워진 연애 상담 글들의 공통점은 한가지입니다.
바로, 상대방의 속마음이 궁금하다는 것.
그리하여,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를 모르겠다는 것.

결국은 이 얘기로 귀결되더군요.





나는 왜 그 사람의 모든 것이 궁금했을까


그리고 그 중에서도 남자친구에게 상당히 경도된, 그리하여 자기 생활 자체를 영위하지 못한채, 오로지 상대방의 일거수 일투족에만 매달리는 한 여고생이 있었습니다. 남자 친구의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에도 스트레스 받고 그 사람의 언행의 의미를 파고들며 끊임없이 분석하고 고민만하며 하루를 보내는 친구였어요. 한번 이메일을 받아보면 장문의 내용을 보내오곤 했는데, 그 파란만장한 내용을 한줄로 요약하면 간단했습니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모르겠다.', '그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알려달라.'
모든 관심과 인생의 축이 오직 남자친구 하나만을 향해 달려가는, 안타까운 친구였죠.

그리하여 그 친구에 대한 저의 답변은 간단했습니다.
"그 남자가 왜 그렇게 행동하냐구요? 답은 간단합니다. 그 사람이 당신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이죠. 무슨 생각으로 이러냐구요? 사실 별 생각없습니다. 당신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행동하는 것이고, 그토록 무심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 그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고민하지 마세요. 별 의미없는 일입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OO씨는 왜, 자기 스스로에 대해선 궁금해하지 않나요?
그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에만 그렇게 불을 켜고 매달리고, 그 사람의 속마음만을 미친듯이 궁금해하고, 왜 정작 자기 자신의 속마음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시죠? 이렇게 하염없이 그 사람에게만 경도된, 피폐한 삶에 대해서 본인 스스로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나요? 내꺼니까, 내 신체, 내 마음, 내 자신이니까 전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말 그런가요?
왜 자기 자신에게 미안해하지 않습니까. 왜 스스로를 챙기고 돌보지 않으세요.

그사람을 챙기고 돌볼 시간에 우선 자기자신부터 챙기고 돌보시고, 그사람을 맹목적으로 사랑할 시간에, 우선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친구들과 만나 커피숍에서 몇시간씩 수다도 떠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니고, 백화점에 가서 사고 싶은 예쁜 옷도 사시고, 원하는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학원이나 동호회 할동도 하시고, 또 좋아하는 과목이 있다면 그 과목을 한번 열심히 파고들어 보기도 하시구요.

그렇게 본인의 마음 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후에야,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게 어떨까요."  





나도 사랑받고 싶었다


이 말을, 그녀가 얼마나 가슴 깊이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연애칼럼니스트(?)가 아닌, 그냥 몇년이라도 더 많은 인생을 살아온 선배이자 오빠로서, 진심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물론 그녀를 비롯한, 이 세상의 수많은 연애 약자들의 그 애타는 마음과 절절한 속내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을 쓰는 저 또한, 연애를 경험해봤고, 또 많이 아파봤고, 때로는 찌질해져봤고, 또 때로는 열패감으로 난도질이 된채 쓰러져보기도 했습니다.

저도, 그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싶었으니까요.

그냥 단순하게,
이 글을 쓰는 저도, 당신도, 
사랑받고 싶었습니다.

내가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해준 만큼,
그사람도 나를 뜨겁게 사랑해주길 바란거죠.

그냥 그렇잖아요. 
열마디, 스무마디 말과 이유가 필요할까요.

우리는 그냥,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 저라고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내 마음이 아무리 간절하고 절절하다 한들, 스스로의 존재마저 무시하고, 스스로의 자존감마저 구겨버린채로, 맹목적으로 사랑을 구걸해선 곤란합니다. 구걸로써는, 사랑을 얻을 수 없으니까요. 설령 그렇게 해서 상대방의 사랑을 얻어낸다한들, 그 사랑을 받아야할 내 자신은 이미 내 안에서 지워져버린지 오래인걸요. 그래서는, 당당하게 사랑받을 수도 없고, 온전히 사랑할 수도 없습니다. 내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막 대하고 방치하는 사람이,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진정 사랑을 원하신다면 구걸하지 마세요.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나 자신부터 사랑하세요.
나 자신부터 일으켜세우고 보듬은 후에, 그 따뜻하고 단단한 시선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길 바랍니다.
그래야 진정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연애 후에 남는 것들


사실 이 글을 쓰는 저도, 적지 않은 연애를 경험했고, 또 그만큼 적지 않은 이별을 경험해봤습니다. 하지만 그 연애 후에 내게 오는 것, 그 연애 후에 남는 것은, 결국 '나 자신' 딱 하나뿐이더라구요. 아무리 치열하고 뜨거운, 평생을 잊지 못할 진한 사랑을 경험했어도, 그 사랑이 식고, 이별이 지나간 후에.. 골방에 홀로 앉아 끙끙대며 뜨거운 이별의 상처를 끌어안는 것은 결국 제자신의 몫이었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오직 나 스스로 감당해내야만 하는 상황을, 이별은 저에게 던져주곤 하더군요. 

결국 지난 연애의 경험들이 저에게 남겨 준 것은, 
열패감도, 상실감도, 좌절감도 결국은 내 몫이라는 것.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나를 진정으로 위로해줄 수 있는 존재는 나 하나라는 것.
나 스스로만이,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당신의 진정한 '한쪽'을 기대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연애의 과정을 거쳐온 그 어느 순간부터 저는, 내 지난 연애에 감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비록 많이 힘들었고 또 많이 아팠고, 매순간 좌절했지만
그 과정이 결국, 혼자 힘으로 일어설 줄 아는, 온전한 '나'를 찾는 과정이었으니까요.

열패감이 온몸을 휘감고, 좌절감과 자괴감에 온 몸과 마음이 부서지듯 고통스럽다고해서, 당장 죽을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아무리 슬프고 힘들어도..
그래도, 내일이면 다시 밥을 먹어야하고, 세수를 하고, 다시 학교나 직장으로 발걸음을 옮겨야하는 이 하루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선,
말 그대로 살기 위해선, 나를 괴롭히는 이 수많은 감정들을 하나하나 끌어안으며 내 자신을 천천히 일으켜 세우는 수 밖에는 없었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연애 칼럼을 쓰면서도 저는, 우리가 흔히 현재의 혹은 미래의 연애 상대를 지칭하며 사용하는 '내 반쪽'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지 않습니다.
연애란 그저 나의 부족한 절반을 채워주고, 나의 외로움과 허전함을 채워 나를 완성시켜줄 '반쪽'을 만나는게 아니라,
온전한 '하나'와 온전한 '하나'가 만나 더 멋지고 아름다운 '둘'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리하여 지금 현재,
휘몰아치는 좌절감과 열패감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일어서려는 당신,
저는 당신이 미래에 다시 만나게 될,
당신의 진정한 '한쪽'이 되어줄 그 혹은 그녀를 기대합니다.

누군가를 더 좋아해서 더 힘든 당신, 그러니 지금의 모습을 억울해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아요.

오늘 제가 이 글로 당신을 위로하듯,
내일은 당신이 당신 스스로를 위로할테니까요.



그리고 한번 기대해 보자구요.
앞으로 다가올, 온전한 우리의 '한쪽'과의 멋진 연애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