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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연애학개론

[연애학개론] 다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연애학개론] 다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쓰는 [연애학개론]입니다. 오늘은 이별 이야기를 좀 할게요.




힘내, 더 좋은 사람 만날거야!


"힘내, 더 좋은 사람 만날거야!"
"괜찮아, 결국 시간이 약이더라. 좀 지나면 괜찮아 질거야."

우리에게 익숙한 말들입니다. 
이별을 맞닥뜨린 누군가가, 친구 혹은 선배 등 주변의 누군가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위로의 말들이기도 하죠. 사실 이 얘기를 해주는 그 누군가도, 또 이 얘기를 듣는 그 누군가도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말처럼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딱히 얘기해줄 다른 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안 그래도 이별의 고통에 힘겨워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근데 진짜 아쉽긴 아쉽다. 걔 정말 착하고 예쁜 애였는데.. 누가 될진 몰라도 앞으로 걔랑 만나는 놈은 진짜 복받은거야.. 그치?"
"내가 겪어보니까.. 막상 시간이 지난다고 꼭 괜찮아지는 건 또 아니더라.. 시간이 무조건 약은 아닌거 같애."

뭐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우리는 그냥, 힘내라는 위로의 메시지와 함께, 좋은 사람 만날테니 금방 털고 일어나라는, 일종의 주문 섞인 희망의 메시지를, 기울인 술잔에 담아 주고받을 뿐입니다. 

물론 이런 말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정말 진심을 담아서 힘내라고 위로를 해주는 것일테니까요. 그런데 사실, 막상 헤어짐이 눈앞에 닥친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위로의 말들이 잘 들리기 보다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장례식장에서 절을 마친 후, 상주에게 전하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는 말과 같은 의례적인 인사말처럼 느껴지는 것은 비단 저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더 좋은 사람 만나지 못하더라도, 다시 사랑 할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제 주변에 있는 그 누군가가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면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더 좋은 사람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다시 사랑 할 수 있어."

지금 현재 다가온 이별 후에, 어디에선가 새롭게 만나게 될  그 사람의 외모나 성격, 스펙까지 내가 장담해 줄 순 없지만, 한가지 장담해줄 수 있는 것은, 그래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것. 더 치열하게 더 뜨겁게,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 뿐입니다. 

사실 전 항상 궁금하더라구요. 
'더 좋은 사람 만날 거야'라는 위로 속에 담긴 '더 좋은 사람'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헤어진 그 사람보다 더 예쁘고 잘생긴 사람? 
아니면 더 착하고 똑똑한 사람? 
혹은 더 부유하고 스펙이 좋은 사람? 
아니면 더 대화가 잘 통하고 마음이 잘 맞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내가 헤어지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번호표 뽑고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헤어지고 나면 짠하고 내 앞에 나타나기라도 하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죠. 현실은 드라마가 아닌 실전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별이 더 힘들고 아픈 것이겠죠. 사실 두렵고 막막하거든요.

하지만 객관적으로 더 멋지고 뛰어난 사람을 만나야지만이 지나간 사랑보다 더 깊고 뜨겁게 연애하고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사랑이란, 그렇게 수치와 데이터가 정교하게 결합된 프로그램이 아니니까요. 예전에 만났던 사람보다 조금 부족한 외모나 성격일지라도, 혹은 조금 부족한 스펙의 남자, 여자이더라도 우리의 마음만 움직인다면, 충분히 더 깊고 뜨겁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더 좋은 사람을 기대하기 전에, 그 누군가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주기 


결국 우리가 진정 훌훌 털어버려야 할 것은 옛사랑에 대한 추억이나 과거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내가 또 다시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신, 앞으로의 연애에 대한 예비 사형선고가 아닐까요. 마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라는 노래 가사처럼, 살면서 언제 또 그만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하는 막막함과 두려움,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 크나큰 이별의 장애물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말이죠. 1인칭 시점인 우리의 시각이 아닌, 내가 앞으로 만나게 될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사람도 분명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자신의 상처를 잘 갈무리하고 추스른 후에 나란 사람 앞에 서게 됐을 겁니다. 그런데 나란 사람의 스펙이나 외모, 성격 등은 둘째 치고 아직도 옛사랑의 족쇄에 매여 옛사람과 지금 눈 앞의 사람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여러분이 그 상대방이라면, 여러분은 행복할까요. 

따지고 보면, 누군가의 뛰어난 외모와 좋은 성격, 스펙 등이 상대방에게 일차적인 만족은 줄 수 있을지 모르나 진정한 행복까지 담보해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행복해지려면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아야죠. 내 눈앞에 다가온 현재의 사람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고스란히 전하고 오롯이 내 마음을 나눌줄 아는 사람. '더 좋은 사람'이란 바로 이렇게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내 입장에서만 더 좋은 사람 만나기를 기대하기 전에 먼저, 그 누군가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것. 이것이 각자의 아픈 시간을 견뎌내고 여기까지 걸어 온 서로의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요. 그러니 더이상,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런 사람은 또 없지만, 여기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이별이란 나 스스로를 성숙하게 만드는 일종의 성장통이자 미래에 만날 그 누군가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주기 위한 일종의 준비 과정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미래의 사랑에겐, 지난 사랑 속에 보였던 잘못과 실수들을 똑같이 되풀이 하진 않도록 노력할테니까요. 그래서 우리들의 이별은 추스름의 과정이자 성장의 과정이고 또 준비의 과정인 것이죠. 지금의 이 이별을 통해 미래에 만나게될 그 누군가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소중하고 가치있는 통과 의례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그냥 아픈 건 없더라구요. 상처는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기게 되어있고 그 흔적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느냐는 온전히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지금 현재 이별을 경험하고 있는 당신, 힘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더 힘들어도 괜찮아요. 그만큼의 성장통인걸요. 오히려 이러한 고통도 감내할 용기 없이 달달하고 달콤한 사랑의 일면만 기대하며 연애를 시작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리석은 배짱이자 사기꾼 심보인거죠. 지금 현재 많이 고통스럽고 아프다는 것은, 지난 사랑이 그만큼 치열하고 뜨거웠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성장통이 심한만큼 우리의 마음의 키도 한뼘쯤은 더 자라날테니까요. 

그 유명한 수필집, 피천득의 <인연>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어떠한 운명이 오든지
내 가장 슬플 때 나는 느끼나니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잃은 것은
사랑을 아니한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래서, 이제 막 헤어짐의 아픔을 경험한 그 누군가에게, 그의 선배도, 친구도 아닌 제가 몇마디를 드리고자 합니다.


그래요, 솔직히.
더 좋은 사람 만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보다 덜 예쁘고, 덜 현명하거나 혹은 덜 부유하고 대화가 덜 통하는 그런 사람 만나게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남은 우리들 인생에서, 우리가 꿈꾸는 이상형에 가까운, 더 좋은 사람 만나진 못할지라도, 더 뜨겁게 사랑할 순 있습니다.

더 치열하고 더 뜨겁게 사랑하고, 또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순간에, 억지로 참아내며 억지로 힘내려고 하기보단
목놓아 실컷 울고, 또 있는 힘껏 아파하세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다시 한번, 
당신의 이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