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학개론] GG의 조건 (스타와 연애의 공통점)
당신은 스타크래프트를 잘하십니까?
그렇다면, 연애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배틀넷에서 나와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집 밖으로 나가 사랑스런 그녀의 손을 잡아보도록 하죠.
오늘은 그녀의 마음을 얻어낼 'GG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정찰의 중요성 - 예쁜 다리도 두들겨보고 만져라.
스타크래프트에서 초반 정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만약 상대방의 센터 2배럭 치즈러시는 까맣게 모른채 노 스포닝 쓰리해처리로 부자 운영을 달콤하게 꿈꾸며 유유히 시작한다면? 혹은 포지 더블넥 후 캐논을 아끼며 열심히 업그레이드에 투자하고 있는데 갑작스런 땡히드라 떼가 저글링 개떼처럼 아니, 파도처럼 밀려온다면?
이처럼 스타에서의 초반 승부는 정찰에서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애도 마찬가지이죠. 우리가 흔히 연애 초반(누군가에게 고백하기 전)에 쉽게 간과하는 것 중에 하나가 '상대방의 애인 유무'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그 혹은 그녀는 애인이 없을 거라는 근거없는 낙관론과 조급증에 빠져서 상대방에게 급하게 대시하는 경우, 우리는 종종 패닉 상태에 빠져들곤 합니다. 물론 상대방을 향한 당신의 그 불타는 '스피릿'은 존중합니다만, 대책없는 '꼬라박'은 곤란합니다. 누군가를 마음에 두기 전에 상대방의 애인 유무라든가, 주변 핑크빛 기류 정도는 기본적으로 파악해두는 것은 정찰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러니, 예쁜 다리도 두들겨 보고 만지세요. 안 그러면 뺨 맞습니다.
2. 미네랄의 필요성 - 물량에 장사 없다.
데이트의 기본 요소는 깔끔한 매너도, 화려한 언변도 아닌, 충분한 미네랄입니다. 깔끔한 매너와 화려한 언변도 바로 이 미네랄 위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지요. 스타에서든 실제 연애에서든 이 미네랄의 위력은 막강합니다. 마치 미네랄이 풍부하여 병력을 원하는 만큼 쭉쭉 뽑아낼 수 있으면 전투에서 컨트롤에 덜 신경쓰고 대충 손해보고 싸워도 괜찮은 것처럼, 충분한 재력은 나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충분한 무기이니까요.
하지만 이말을 반대로 바꿔보면, 미네랄이 부족하여 병력 생산이 원활하지 않아 쥐어짜내는 경우, 싸움 하나 하나에, 컨트롤 한번 한번에 목숨걸고 세심하게 공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한번의 전투 패배가 곧 경기의 패배로 직결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자원 상황이 최연성보다는 홍진호에 가까운 우리들은 한번의 데이트에도 성실하게, 폭풍처럼 최선을 다해 임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데이트 기회는 많지 않으니까요.
3. 기본기와 초반러시의 상관관계
일반적으로 스타에서 기본기가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주로 쓰는 전략이 바로 초반 러시나 날빌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하죠. 어차피 후반 운영으로 가봐야 답이 없고 그럴 바에는 서로의 격차가 비교적 적은 초중반에 승부를 보는 거죠. 연애도 다르지 않습니다.
당신은 연애 고수입니까, 아니면 연애 초보입니까?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연애 고수라면, 당골왕배 시절 박태민의 포스를 뽐내며 상대방을 밀고 당기며 애간장을 태우고 자연스레 그녀의 마음을 얻은 후 유유히 연애를 시작하면 되겠으나, 대부분의 우리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연애 초보인 우리들에게 섣부른 후반 운영은 독이 될 수 있죠. 운영의 마술사가 아닌 우리는 연애 상황을 지지부진하게 끌며 후반 운영까지 끌고가기보다는 초반 러시 혹은 칼타이밍 한방 승부를 노리는 것이 적절합니다.
다만 여기에서 말하는 초반 러시 혹은 칼타이밍 승부란, '고백'이 아닌, '적절한 스킨십'을 의미합니다. 어쨌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손과 마음이 꼬여 자중지란에 빠지기 십상인 우리들은, 박태민이나 최연성이 되기보다는, 쉴새없이 드랍십을 날리고 폭풍처럼 몰아치는, 임요환과 홍진호가 되어야 합니다. 스타도 연애도 어차피 타이밍 싸움인걸요.
4. 업그레이드를 어떻게 돌릴것인가? - 멀티 플레이의 필요성
어쨌든 연애를 잘하기 위해선 자신의 매력을 끊임없이 계발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마치 스타에서 치열한 전투와 병력 생산과 동시에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돌려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더불어 병력 생산을 통한 치열한 전투와 업그레이드, 이 둘중에 어느 하나를 소홀히 해선 곤란합니다. 병력 생산없이 공방 업그레이드에만 치중하다가는 상대방의 타이밍 러시 앞에 무릎 꿇기 일쑤이고 반대로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소홀히 했다가는 결국 후반 반땅 싸움에서 차츰 차츰 밀리게 되어있으니까요.
연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 가운데 하나가 '일단 매력을 쌓아서 멋진 남자가 되고 난 후에, 그녀에게 대시해야겠다.' 라는 생각인데, 이것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일단 아무리 매력을 쌓아도 내가 원하는 수준의 멋진 남자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고, 더불어 그녀가 내 매력이 완성될 때까지 돗자리 깔고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니 우리 모두가, 서지훈 식 퍼펙트 테란이나 전태규 식 안전제일토스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원하는 병력이 조합되고 업그레이드가 완성될 때까지 너무 꾹꾹 참다가는 그 한방을 써보기도 전에 어이없는 패배를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진정한 자신감은 단순한 업그레이드를 통해서가 아닌, 치열한 전투 경험을 통해 쌓는 것입니다. 그러니 꾸준한 업그레이드와 치열한 전투를 동시에 전개하세요. 흔히 말하는 패션, 운동, 공부, 취미생활 등에 투자하며 스스로의 매력을 가꾸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원하는 수준만큼의 매력 완성이 아직 덜 됐더라도) 끊임없이, 꾸준하게 상대방에게 다가서는 것이지요. 당장은 많은 상처가 되더라도 그 상처들이 모여 모여 결국은 미래의 연애 성공의 단단한 초석이 됩니다.
그리고 만약 자신의 마음을 줄만한 딱 한명의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면, 동시에 여러 사람을 만나보는 멀티 플레이도 유용합니다. 외로운 솔로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기쁨(?)은 많은 사람을 만나 볼 수 있는 자유일테니까요. 그러니 너무 한방 싸움에만 목매지 마시고, 병력을 산개하는 동시에 두세대의 드랍십을 동시에 띄워 국지전을 펼치거나 경락마사지식 난전을 유도하세요. 딱 한명의 상대에 목매기보단 동시의 여러 사람을 만나 다양한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 초기 연애를 풍요롭고 여유롭게 만드는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멀티 플레이어들이 스타도, 연애도 잘하는 법이지요.
5. 뻔한 빌드로는 곤란하다 - 그녀의 심장부에 스캔을 꽂아라.
그렇다면 여러분은 뻔한 사람인가요, 뻔하지 않은 사람인가요.
이 글을 읽는 우리는 연애 상대를 언제든지 호기심 우물 속으로 퐁당 빠뜨릴 준비가 되어 있나요? 아니면 간도 쓸개도 다 보여주며 그렇게 질질 끌려다니곤 하나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 스타든 연애든, 뻔하면 힘듭니다. 그럼 대체 어떤게 뻔한 빌드이고 어떤게 뻔하지 않은 빌드일까요. 정석빌드는 뻔한 빌드이고, 깜짝 날빌은 뻔하지 않은 빌드일까요? 항상 그런 건 아니죠. 원배럭 더블의 정석 빌드라도 상대방이 미처 대비하지 못한다면 좋은 빌드가 되는 것이고, 몰래 준비한 깜짝 캐리어라도 상대방의 스캔에 미리 노출돼버리는 순간, 클로킹 레이스 부대에 의해 녹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요.
그러니 연애도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나의 모든 빌드(성향 및 스타일)을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엔딩이 뻔한 영화는 궁금하지가 않고, 재미가 없고 궁금하지 않은 영화를 굳이 끝까지 볼 이유가 없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궁금하지 않고, 재미가 없는 사람과는 굳이 만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나의 모든 것을 오픈하지 않음으로써, 끊임없이 그녀로 하여금 나에 대해 궁금하도록 만들고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하여야만이 초기 연애 성공률이 높아집니다. 진심이라는 미명하에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은 경계해야할 일이라는 거죠. 결국 나의 스캔은 그녀의 심장부에, 그녀의 스캔은 나의 발 아래 두는 것이 포인트라면 포인트랄까요. 그리하여 상대방이 당신의 빌드와 전략을 파악하기 전에, 즉 그녀가 당신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호기심을 거두기 전에, 적절한 타이밍에 승부를 거는 것이 핵심입니다.
6. 스캔, 어떻게 쓸 것인가? - 병력조합(기호)의 파악
그럼 위에서 말한 대로 그녀의 심장부에 정확히 꽂은 나의 스캔은 도대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일단 연애에서의 서로 간의 '빌드'란 기본 성향 및 외모, 그리고 스타일 등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스타와는 달리 연애에서는 정찰을 통해 초반 빌드를 정확히 파악했다면 그 후 상대방의 빌드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서로 간의 성향과 외모, 스타일 등 기본 상성 빌드만 맞으면 한번 해볼만하다는 거죠. 결국 갑작스런 소개팅이라던가, 제3자의 대시 등, 판 자체를 뒤흔드는 돌발 상황만 조심한다면 이제 중반으로 갈수록 더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상대방의 병력 조합, 이른바 기호입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언제 어디서든 상대방을 제압할 완벽한 병력 조합은 없습니다. 그때 그때 상대방의 빌드와 병력 조합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지요. 결국 이러한 유연성과 순발력이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유연성과 순발력은 어떻습니까? 막상 내가 준비한 멘트가 상대방에게 먹혀들지 않고 분위기가 싸늘해질 때, 혹은 상대방이 갑작스레 팔짱을 낀다던가 하는 의외의 스킨십으로 당황하게 만들 때, 당신은 얼마나 유연하고 순발력있게 대처하시나요?
이 경우, 대부분의 남자들은 말로든 행동으로든 이른바 '어버버'하기 일쑤이고, 나중에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 내가 그때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하며 머리를 쥐어뜯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순발력과 유연성을 단시간 내에 끌어올리기는 어렵습니다. 이건 경험의 부재에서 기인한 문제이자, 일종의 성향의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결국 이러한 순발력과 유연성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어느 정도 상쇄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병력 조합, 즉 기호를 미리 미리 파악하여 거기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되면 모든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는 없을지라도 최대한의 상황을 커버할 수는 있습니다. 즉, 부족한 순발력과 유연성을 성실하고 꾸준한 준비와 노력으로 메꾸는 것이지요. 마치 상대방이 뮤탈의 비중을 높인다면 지상군에 적절히 아칸을 섞어주고, 벌처와 탱크 비율이 깨진 테란 병력 조합에는 코랜드 파이널에서 보여준 질럿 찌르기가 제격이듯 말이죠.
그러니 상대방의 생활패턴, 좋아하는 음식, 즐겨 하는 취미생활, 원하는 데이트 코스 등을 미리 미리 파악하여 그에 맞게 적절하게 데이트 계획을 짜고 관계를 리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항상 내가 하던대로, 혹은 '내가 좋아하니 상대방도 좋아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밀어붙이는 것은 금물이죠.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고, 모든 것을 바치는 호갱님이나 조공남이 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 탁구를 치듯, 혹은 테니스 공을 주고 받듯 교감하기 위해선,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기본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테란으로 플레이를 잘하는 저그 유저가 테란을 잘 잡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감대야말로 데이트를 즐겁게 만드는 기본 덕목이고, 이렇듯 상대방이 즐거워야 나의 연애도 행복해집니다.
7. 고백의 타이밍 - 세레모니는 경기가 끝난 후에
마지막으론 고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게요. 연애에서의 고백이란 스타로 치자면 일종의 '세레모니'입니다. 치열한 전투 중 무턱대고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확정지은 후, 이른바 상대의 마음을 얻은 후에 표현하는 일종의 이벤트성 행위인거죠. 고백의 위험성에 대해선 이미 피지알의 많은 분들이 지적하여 주신 바, 저는 이러한 섣부른 고백의 상황을, 영화 <타짜> 대사를 패러디하여 짧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에게 고백하기 위해 가방에서 선물과 편지를 조심스레 꺼내려는 순간)
그녀 : "동작그만! 고백하기냐?"
영원 : "뭐야?"
그녀 : "내 선물하고 고백 편지를 가방에서 꺼내지?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영원 : "증거있어?"
그녀 : "증거?, 증거있지. 너는 나한테 장미꽃을 주려고 준비했을 것이여? 그리고 쇼핑백에서 꺼내는 상자 이거, 이거 이거 커플링 아니여?
자, 모두들 보쇼. 나한테 꽃다발편지랑 커플링을 줘서 저프레임 구도를 끝내겠다, 이거 아니여?"
영원 : "시나리오 쓰고있네, 미친xx가."
그녀 :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친구1 : "영원아, 그 케이스 열어봐봐. 진짜 반지야?"
그녀 : "고백하지마! 손모가지 날라가붕게."
영원 : "잠깐, 이렇게까지 거절을 해야겠어?"
그녀 : "고백하다 차이면 멘붕인 거 안 배웠냐?"
후.. 이정도만 하죠.
아, 물론 영화에선 고니의 승리로 끝나지만, 우리의 현실에선 아귀의 승리가 대부분입니다.
피지알러라면 이제 누구나 아는 공식입니다만, 세레모니는 경기가 완전히 끝난 후에, 고백은 그녀와 사귄 후에. 다들 아시죠?
그러니 기억하세요, 섣불리 고백했다간 손모가지 날아갑니다.;;
마치며
그럼 오늘의 결론입니다.
스타와 연애는 공통점이 참 많습니다. 그녀의 마음을 얻어낼 GG의 조건,
어때요, 참 쉽죠?^^
그러니 스타 고수인 당신도 이제는 어느새 연애 고수!
는 개뿔, 스타 끊을수록 연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함정.
이글을 쓰는 저는 손스타 왕초보라는 건 안함정.-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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